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준희 칼럼] 소비자보호 잣대로 본 머지포인트 문제](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1702102269660001[1].jpg "[이준희 칼럼] 소비자보호 잣대로 본 머지포인트 문제")
그리고 2007년에 전자금융거래법이 제정, 시행되었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은 발행인 외의 제3자로부터 통계청 표준산업분류 중분류 2가지 이상 업종에 해당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전금법은 이러한 선불수단을 발행하고자 하는 경우 부채비율, 자본금 등 요건을 갖추어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고, 등록한 선불업자의 환급의무, 최대 200만원의 발행권면 최고한도, 분쟁조정절차, 가맹점의 준수사항, 경영지도기준(자기자본규제), 미상환잔액대비 자기자본비율 20% 유지의무, 50% 이상의 유동성 비율 유지 의무, 금융감독과 검사와 같은 규제를 두어, 이용자의 예탁금 반환을 보장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2020년 9월에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상거래 결제용 선불업자에 대하여는 50%의 예탁의무를 준수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그런데, 제도적으로 이러한 규제는 모든 포인트나 모바일 상품권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즉, 2종 이상의 사용처에 관한 범용성 요건의 충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고 객관적인 판정 절차도 없었는데, 금융위원회는 하나의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이 2종 이상(볼펜 및 음료수)인 경우 선불수단에 해당된다고 보았다가, 유권해석을 변경하여, 주된 업종이 중분류 중 1개 업종에 해당하는 복수의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구입에만 사용되는 경우에는 선불수단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실제 구체적인 사안의 표준산업분류에 대하여는 통계청의 판단으로 유보하였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사업자 입장에서 이를 판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또한 특정한 건물 안의 가맹점이나 10개 이하의 가맹점에서만 사용되는 경우 또는 발행잔액 30억 이하인 경우 등에는 등록이 면제되는 등의 예외도 있었다. 무엇보다, 법령상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되어 발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사용이 가능하더라도 종이나 실물쿠폰 형태로 발행되는 포인트나 머니에 적용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머지포인트 이슈가 불거졌다. '4년 전 외식혁명을 꿈꾸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은 20%의 무제한 할인을 내세우며 규제 밖에서, 규제 받지 않는 것의 이점을 누리며 급성장하였다가, 전자금융업 등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수익구조의 문제점 등의 제기로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되어 고객들의 대량 환불요구, 가맹점 거래중단, 영세가맹점에 대한 피해전가 등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는 이용자와 영세가맹점들의 이익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고, 많은 기사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중요한 이슈이고, 이에 대하여는 관련 당국과 수사기관의 엄정한 조사 등 적절한 대책과 피해보상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도권 전자금융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구제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의 직무유기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실제 미등록 업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단속권한이나 수사권이 없는 금융감독에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며 현실적이지도 않다.
나아가, 몇 가지 논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는 어떠한 방향의 제도개선이 있어야 할까? 상품권법을 부활시켜, 무릇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규제체계를 수립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전금법의 규제와의 중복가능성, 과잉규제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선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온라인 포인트와 상품권에 대한 규제를 체계적으로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금법의 규정을 정비하여, 상품권의 형태를 불문하고 온라인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는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제3자발행형은 범용성의 요건을 두지 않고 원칙적으로 등록대상으로 하되 가맹점수나 발행잔액을 기준으로 예외의 범위를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기발행형 상품권의 경우에도 등록은 면제하되, 이용자 예치금의 반환을 보장하기 위한 예탁이나 보증보험 가입의무 등 규제는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미인가 미등록 유사금융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권과 조치권을 부여하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전금법 개정안에서는 등록 선불수단에 대한 예탁금 보호방안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이라도 조속히 법제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특정 사업모델과 안건에 대하여 섣불리 이런저런 비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포인트를 이용한 할인과 혜택의 일반적인 구조의 관점에서 이번 문제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모든 포인트와 할인의 재원은 발행사, 가맹점, 카드사 등 관련 회사가 출연하는 마케팅 비용이나 수수료로 구성되며 상식적으로 그러한 혜택은 3~5%를 넘기기 쉽지 않다. '외식혁명'의 비즈니스모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손실을 통하여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여 플랫폼지배력을 강화한 후 이를 레버리지로 가맹점의 재원을 뽑아내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정책적 관점에서 지방정부 재정부담으로 운영되는 지역화폐나 지역사랑상품권, 공공배달앱 등의 경우조차도 혜택이 10%를 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이 혁신이고 무엇을 꿈꾸는 스타트업이었는지 명확히 밝히고 소비자 피해 방지와 보상을 이행하여야 한다. 파괴적 혁신을 주창하면서 기존의 규제를 무조건 죄악시하고 무시하며 타파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일부 스타트업의 행태에도 경종을 올릴 필요가 있다.
은행 이자율과 같은 상식적인 범위를 넘는 혜택과 이익은 그 만큼 손실이나 피해, 사기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사업자든 소비자든 모두 다시 한번 인식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지속적인 소비자보호 캠페인도 이루어져야 한다. 세상에 진정한 공짜는 없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