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한기호의 정치박박]`대표냐 후보냐` 野, 양자택일 경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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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갈등, 당대표→주자 先견제 확대 이례적
휴가 내내 다툰 李…尹측근 '탄핵' 언급 줄공세
李-尹 '경준위 공방' 속 유승민계 수혜 의혹
3월 "대통령은 劉" 발언 뇌관에도 독주 조짐
'당대표흔들기 부각-양자택일 유도' 반복 가능성
[한기호의 정치박박]`대표냐 후보냐` 野, 양자택일 경선 되나
지난 8월 5일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오른쪽)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1야당 대선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당대표와 특정 주자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경선 시작 이후 '특정 후보 마음이 당대표 마음 아니냐'는 뜻의 신조어가 돌 정도로 긴장이 높아졌지만 어쨌든 이재명·이낙연 두 유력주자 간 갈등에서 불거진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애초 이준석 당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난 6월부터 '아마추어'로 규정, 끊임없이 저격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 대표가 '늦어질수록 1초마다 손해'라던 윤 전 총장의 입당(7월30일) 전보다, 오히려 이후 '계급에 경례' 거론 등 압박이 거세졌다. 야당의 정적(政敵)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이준석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경선하는 느낌"이라고 짚은 게 과장 같지 않다.

12일 국민의힘은 대선 준비에 돌입한 이래 가장 '살벌한' 순간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는 휴가 기간(9일~13일) 윤석열 캠프와 '공중전'을 불사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총괄부실장을 맡은 신지호 전 의원이 지난 11일 CBS라디오에서 당 경선준비위원회의 18일·25일 예비주자 토론회 일정 통보와 관련 "당대표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면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니냐"고 발언한 게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는 이 발언을 SNS에 공유하면서 "탄핵 이야기를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경준위 기획 행사) 보이콧 종용과 (지도부) 패싱 논란, (그동안) 공격의 목적이 명확해진다"며 윤 전 총장에게 조치를 요구했다.

'후보 토론회는 경준위 아닌 선관위 소관'이라던 캠프의 논점 시비는 별안간 '이준석 탄핵'으로 옮아 갔다. 신 전 의원은 입장문을 두번 내 사과했고, 윤 전 총장도 취재진에게 "캠프 모든 분들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에 해가 될 만한 언동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직접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가 SNS로 "어느 누구에게도 (사과) 연락은 없었다"며 불만을 드러낸 영향인 듯, 윤 전 총장은 추후 전화로 유감을 전했다. 이 대표 본인이 거듭 SNS로 통화 사실을 전하며 "윤 전 총장이 '캠프 내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했고 정치권에서 이런 저런 아무 이야기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신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캠프 관계자들' 책망은 이어가 갈등의 불씨를 재차 남겼다.

[한기호의 정치박박]`대표냐 후보냐` 野, 양자택일 경선 되나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국민캠프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양측의 대립각은 이 대표의 휴가 돌입 전부터 날카로웠다. 이 대표는 8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자신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려 한다며 "그런데 상징성 있는 경선 첫 일정(지난 4일 경선 후보자 봉사활동)을 보이콧하고 한 게 '후쿠시마 발언'이다"고 아픈 부분을 꼬집었다. 봉사활동 불참자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까지 더 있었지만 화살은 윤 전 총장에게 집중된 셈이다.

윤 전 총장 캠프 내에선 "당대표가 같은 당 대선주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11일엔 친윤(親윤석열)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격언을 인용해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라고 SNS에 게시한 것을 두고도 즉각 대응했다. 그는 반박글에서 경준위 주관 토론회를 거론,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돌고래팀(윤 전 총장 측)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윤 전 총장 캠프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있다고도 했다. 이는 정 의원이 당내 주자들을 '돌고래, 고등어, 멸치'로, 경준위의 후보자 집합 일정을 '가두리 양식'으로 빗댄 6일자 글을 비꼰 것이다.


이 대표는 휴가 돌입 전후인 8일과 10일 경북 안동·구미 개인일정에선 "내년 대선은 구도만 놓고 보면 우리가 (여당에) 5%포인트 지는 선거"라며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같은 인기가 없이 이기기 어렵단 주장을 반복했다. 최재형·윤석열·장성민 순으로 범(汎)야권 주자를 어렵사리 당에 영입해놓고 '인물론 선거'를 차단한 셈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오세훈 후보 캠프 활동을 했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사례로 언급하며 "20·30대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내면 내년 대선 승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자신이 2030 지지확보에 우위가 있다고 피력하면서 대선에서의 역할론을 못 박은 것이다. 오세훈 현 시장이 당원투표 비중 하향과 일반여론조사 강세로 제1야당 서울시장 후보직을 거머쥔 뒤, 단일화 협상 지연 끝에 제3지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본선 승리까지 이룬 '오세훈 모델'을 이 대표는 "후보 하기 나름"의 모범 사례로 누차 거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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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6·11 전당대회 당대표 당선 석달여 전인 지난 3월 6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 방송에 출연한 당시 영상 갈무리.

'오세훈 모델'의 골자는 제1야당 후보 프리미엄 공략으로, '유력주자' 입지를 다져놓은 윤 전 총장보다는 그의 하락세로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주자들이 도모할 유인이 더 크다. 이 대표와 정치적 부자(父子) 관계로 불리는 유승민 전 의원으로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는 '경준위의 토론회 주관은 당헌·당규상 월권'이란 입장의 김재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각과도 충돌해왔는데, 유 전 의원 캠프는 "경준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이 대표 측면 지원에 나섰다. 11일 유 전 의원 캠프의 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김재원 개인의 사당이 아니다. 과거 소위 '진박(진짜 친박근혜) 감별사'라고 했던 역할을 지금은 '진윤(진짜 친윤석열) 감별사'를 자처하는 구태 정치"라고 공개 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경준위, 유 전 의원 캠프가 공조해 자신을 공격한다는 주장으로 맞받았다.

비슷한 시기 이 대표를 향해 제기된 논란 소재 역시 '유승민계'다. 불과 5달여 전, 당대표로 뽑힌 6·11 전당대회 석달 전인 3월6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 출연분 영상이 10일 무렵부터 온라인에서 확산돼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당 영상에선 이 대표가 "(주변 사람이) '이러다가 안철수가 서울시장 되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하냐' 이러더라고. 지구를 떠야지"라고 말한 것과 함께, "당대표 될 거야" "당대표 먹을거야"라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너 와라 하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엔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니까요. 유승민"이라고 답하는 모습도 있다. 유승민계 지칭엔 "이름뿐"이라면서도 "협동조합 비슷한 것"이라며 "그렇게까지 지령이 잘 먹히는 팀은 아니다"고 연계 정황을 다소 인정하기도 했다. 당권 도전 계획과 윤 전 총장에 대한 직접 평가까지 결부됐단 점에서 전대 당시 제기된 단순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 언론 인터뷰 발언들(2019년~2020년)보다 논란 소지가 훨씬 큰 정황이다.

11일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그런 (편파성) 의혹을 갖고 있다면 당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당무 현안에 말을 아껴 온 곽상도 의원도 "지금껏 해 온 일들이 특정 후보를 도우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대표는 12일 SNS를 빈번히 활용하면서도 '탄핵 발언'만을 연신 부각, '당대표 흔들기' 피해 호소에 주력했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격이 됐다. 일부 매체를 통해선 "(발언 당시는) 지금 상황과 완전 다르다"고 선을 그었을 뿐, 상세한 해명이나 공정성 시비를 해소할 만한 약속을 내놓지 않았다. 이대로면 '당대표 흔드는 후보'와 자신을 놓고 '양자택일' 하라는 대내 압박을 반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같은 압박이 결국 당을 넘어 유권자들을 향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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