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포럼] 예술 홀대, 국격 깎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1502102369073001[1].jpg "[포럼] 예술 홀대, 국격 깎는다")
그러나 이런 자랑(?)섞인 경험담도 2030세대 젊은 층에게는 아직 차례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에술계에서도 몇가지 문제가 발생하곤 하죠. 8월 26일부터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클라라 하스킬 피아노 콩쿠르 조직위원회에서는 8월 15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만이 본선 참여를 허락한다는 통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반기 예정된 나머지 콩쿠르 개최국들 역시 참가자들에게 예방 접종을 마친 뒤 입국하라고 공지했다고 하는데요, 차례가 언제 올지 모르는 한국의 20대 참가 희망자들은 도무지 접종할 길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실정을 그곳에 얘기한 결과, 콩쿠르 조직위원회가 '21개국 117명의 참가 신청자 중 귀국의 재능있는 음악가가 본선에 참가하길 원한다'며 백신 접종 협조 공문을 참가자에게 보내 질병관리청에 전달했으나 해당 관청은 사례가 없어서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작년에는 모든 해외 콩쿠르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으니 당연히 사례가 없겠지요. 하지만 사례란 상황과 때에 따라 융통성 있게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닐까요.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정답까지는 아니어도 해답에 가까운 사례가 있을 듯합니다.
이번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20대일 텐데요, 그들이 우선 예방접종을 한다면 국제 콩쿠르 출전을 앞둔 음악 선수들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문화와 체육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있습니다. 올림픽 출전선수들 같은 '체육'의 사례가 '문화' 즉, 예술가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작년에 여러 콩쿠르가 취소되면서 힘겨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하면 '올림픽 선수단은 국가의 위상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개별 음악가들의 콩쿠르 출전과는 성향이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이또한 국가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던가요? 가슴에 태극기만 달지 않았을 뿐, 그들도 우승하게 되면 이름과 함께 대한민국의 이름이 널리 알려집니다. 질병관리청이야 설립된 지 1년 밖에 안 되었다고 해도, 1948년 공보처로 시작해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기구로 자리 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렇게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듯 합니다. 만약 백신접종을 못하게 된다면, 몇 년을 기다리며 준비해온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가을에 있을 쇼팽 콩쿠르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 콩쿠르를 어떻게 출전해야 할 지 다들 막막해 하는 실정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가 예술계를 홀대하는 사례는 더 있습니다. 며칠 전 민간 오페라 단장하고 저녁식사를 하던 중 그가 모처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올해 오페라페스티벌의 예산이 이제야 통과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페라 페스티벌은 이미 한달 전에 끝이 났는데 말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비추어볼 때 예산은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다음, 실제 지급은 정산에 따라 다소 증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떻게 축제가 끝난 뒤, 그것도 한달 후에나 결정되는지 영 이해가 안가더군요. 매년 해온 축제인만큼 관계 부처가 예산 집행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작년부터 예산이 반으로 줄어 마음고생들이 많았던 터라 올해는 원상복귀라도 되길 고대했는데 뒤늦게 작년 수준으로 확정된 거라고 합니다. 그 오페라 단장에 의하면 '그 돈으로는 제대로 된 출연료 지급도, 연출도 어렵다'고 하니 우리나라 오페라 무대의 질적 향상은 꿈도 꾸기 어려운 것이죠. 사실 오페라 공연이 활성화 돼야 성악계는 물론 합창단도, 다른 공연들도 발전할 수 있다는 도미노 이론을 꼭 상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경우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대표이사가 임기를 마치고 사임한지 벌써 세 달이 지났지만 후임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의 극장들 경우는 현 대표가 임기를 마치기 1년 전부터 후임자를 내정하여 기획이나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고 합니다. 공연 예술계의 특성상 캐스팅과 대관을 준비하는 데에만 1~2년이 걸리니 일찍부터 세심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주먹구구식 예술행정에, 다급한 구멍 메우기식 처방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답답합니다. 과거와 달리 공무원들의 수는 늘어나고, 현장에서 만나보면 예전과 달리 좋은 안목과 감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은데, 실제 추진력은 과거에 비해 큰 변화가 없어 보이니까요. 우리 예술가들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예술가들의 실력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인데, 예술을 키우고 배려하는 국력만큼은 영 발전이 없어 보이니 정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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