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기고] 방사선기기팹, 소재부품 국산화 길 텄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0202102369660001[1].jpg "[기고] 방사선기기팹, 소재부품 국산화 길 텄다")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처럼 국제정세에 따라 때로는 기술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CT, PET, 보안 검색기 등으로 대표되는 방사선기기의 세계시장 규모는 441억달러(2019년 기준), 국내시장은 8,37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관련산업 인프라 부족으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 제품을 수입 판매하거나 핵심부품과 소재를 전량 수입해 시스템을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방사선기기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인식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아 2016년 '국가 방사선기기 팹(Fab; Fabrication)센터'(이하 방사선기기팹)를 설립했다. 이번 달 본격 가동 5주년을 맞이한 방사선기기팹은 그동안 국내의 열악한 방사선기기 연구환경을 개선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방사선기기의 국산화에 앞장서왔다. 연구개발을 통해 방사선기기 소재·부품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해 양산까지 지원함으로써 연구원과 기업 사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방사선기기팹은 방사선기기의 핵심부품 제작부터 성능평가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집적화된 첨단시설이다. 소재합성실, 반도체공정실, 고에너지 방사선조사 및 성능평가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및 양산에 필요한 약 70여종의 방사선기기 전용 장비를 운영 중이다. 지난 5년간 방사선 관련 업체들의 누적 이용 횟수는 500건을 넘었다. 중소기업 애로기술 지도 70여건, 기술이전을 통한 상용화 2건 등을 달성하며 국내 방사선 업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방사선 검출기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자체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며 관세청에 설치, 운용하고 있는 고에너지 엑스선(6MeV와 9MeV 이중에너지) 보안검색기용 센서와 다채널 신호처리 회로기술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14MeV급 중성자용 반도체기반 방사선 영상 모듈 개발에도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방사선기기팹은 이외에도 방사선 생태계 육성을 위해 관련 중소기업, 창업기업의 시설활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라돈 검출 센서와 중성자 센서 개발 및 제작은 모두 방사선기기팹을 통해 이루어졌다. 2017년 창업 당시부터 방사선기기팹에 입주해 제품개발 및 양산 중인 방사선 광학전문부품기업의 대표가 "창업기업의 입장에서 초기 시설 투자비를 절감해 제품개발에 주력할 수 있게 해준 방사선기기팹 센터가 큰 도움이 됐다"는 인사를 전할 때는 뿌듯함을 느꼈다.
방사선기기팹은 앞으로도 의료영상기기의 핵심소재·부품, 나노소재기반 차세대 다기능 방사선 센서 등 방사선기기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지원에 힘써 국내 방사선기기 산업 성장에 힘을 쏟을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에 착안해, 확보한 기술력과 공정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방사선기기 파운드리 모델도 구축할 예정이다. 국가방사선기기팹이 단순 방사선기기의 국산화 및 수입대체수준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방사선기기 분야를 선도하는 강소기업 육성의 메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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