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8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투기 의심으로 수사의뢰·고발조치 된 의원 12명 전원에게 탈당을 권고한 뒤 이를 수용한 의원은 김주영·문진석·서영석·윤재갑·임종성 의원 등 5명에 불과하다. 김수흥·김한정·김회재·오영훈·우상호·양이원영·윤미향 의원 등은 권익위 조사결과에 불복하고 탈당 권고를 공개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2명 중 과반인 7명이나 탈당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부담은 고스란히 지도부의 몫이 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시작된 부동산 민심이반이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과 내로남불 전·월세 인상 논란으로 겉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자 권익위 전수조사로 진화하려던 계획은 초반부터 틀어졌다. 권익위 조사에서 12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부동산 투기 의심으로 지목돼 되레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는 모양새가 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권익위의 조사결과 발표 하루 만에 '탈당 권고'를 신속히 결정한 것은 부동산 악재가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막으려는 의도였다. 앞서 공언했던 대로 당의 엄중한 사태 인식을 보여주면서 냉랭한 부동산 민심을 달래고, 국민의힘 등 야당으로 화살을 돌릴 수 있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투기 의심을 받은 의원들 중 상당수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탈당을 거부하고 있다. 탈당 권고를 거부한 김회재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여수 지역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권익위로부터 명의신탁 의혹으로 수사의뢰를 당한 김 의원은 최근 자신에게 제기된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 "잠실 일대가 주택거래허가지역이라 대출이 어려워 당장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했던 매수자의 요청에 따라 잔금 14억7000만원에 대한 근저당 설정을 했고, 5월13일 매수자로부터 잔금을 모두 받은 뒤 곧바로 근저당 설정을 해지했다"면서 "권익위가 잔금 지급일을 3월 26일로 오해해 명의신탁 의혹을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권익위에 두 번의 공문을 발송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수사 의뢰 철회를 요구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며 "권익위가 수사 의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의원과 김한정 의원 모두 당의 권고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고, 탈당을 수용하려 했던 김수흥 의원도 "농지법 위반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당에 충분히 소명하겠다"면서 입장을 바꿨다.
탈당 거부 사태가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설득 외에는 당 지도부가 취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도 없다. 권익위 조사결과는 의혹일 뿐이라 윤리감찰단 등을 통한 징계절차를 밟기도 어렵다는 게 당의 판단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가 탈당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당 대표의 탈당 권고가 강제력이 있는 징계는 아니더라도 (의원으로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당 안에서 의혹을 풀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밖에서 의혹을 해소하고 돌아오라는 차원에서 탈당을 권고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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