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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뜨거워지는 북극해항… "기회의 바다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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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러시아의 북극해 연안을 지나 동아시아에 이르는 '북극해 항로'. 얼음으로 뒤덮혀 있어 그 일부가 러시아의 국내 항로로 이용됐을 뿐 관심 밖의 항로였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급격하게 녹고, 수에즈 운하의 대체 항로로 급부상하면서 '골든 로드'로 주목받고 있다. 자연히 북극해 항로를 둘러싼 강대국 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북극해 탐험의 역사=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북극 지역을 얼음에 덮인 '세계의 끝'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북쪽 세상 끝에는 질병도 없고 늙지도 않는 '유토피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곳을 가려는 인간의 시도는 계속됐다.

8~10세기 바이킹들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를 거쳐 북미대륙의 뉴펀들랜드까지 갔다. 14세기에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포경선이 뉴펀들랜드 앞바다까지 진출했다.15세기 대항해 시대가 개막되면서 북극해 탐색은 본격화됐다. 영국 왕의 명을 받은 존 캐벗은 1496~1497년 캐나다 북동지역인 래브라도 반도까지 항해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 앞의 섬 뉴펀들랜드는 영국인의 어업정착지가 되었다. 이는 영국령 캐나다의 주춧돌이 되었다. 이때 북극권 카라해(海)도 답사됐다.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뜨거워지는 북극해항… "기회의 바다를 잡아라"
16세기에 들어서자 네덜란드의 항해사이자 탐험가 빌럼 바렌츠는 3차례 항해를 통해 스피츠베르겐 제도의 여러 섬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얼음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바렌츠 해는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바다 이름이다.

17세기부터 러시아를 선두로 한 여러 유럽국가들이 북극해를 지나 아시아로 빠지는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북극 지역 탐험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18세기 러시아의 항해가 비투스 베링은 북극해 탐사에서 유명한 인물이 됐다. 그에 의해 캄차카반도, 베링해, 알래스카가 알려졌다. 그는 1741년 11월 캄차카반도 베링섬 앞바다에서 조난당해 사망했다. 몇몇 생존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알류산 열도와 알래스카에서 모피무역이 유망할 것이란 정보를 제공했다.

1821년 영국 국회는 북극점 도달에 상금을 설정했다. 이로써 많은 탐험가들이 북극점 도달을 목표로 탐험에 나서게 된다.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은 1903~1906년 최초로 북극의 북서로를 배로 통과했다. 1909년 미국인 로버트 에드윈 피어리가 개썰매를 타고 북극점에 최초로 도달했다.

러시아혁명이 성공하면서 등장한 구(舊)소련은 북극해 항로관리국을 설립해 항로 탐사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덕분에 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국 물자가 베링해협을 거쳐 시베리아 북안으로 운반됐다. 1980년대에는 구소련의 원자력 쇄빙선단과 빙해상선대가 국내 수송에 큰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냉전시절이라 북극해 항로는 외국에는 막혀있었다. 1987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선언에 따라 북극해 항로는 개방됐다.

◇운항거리 짧고 안정성도 높아=북극해 항로가 수에즈 운하 항로의 대체 경로로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 장점에 있다. 첫 번째 장점은 수에즈 운하 항로에 비해 항행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에즈 운하 대신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운항시간은 10일 가량 줄어든다.

두 번째 장점은 안전한 항로라는 것이다. 수에즈 운하 항로에는 홍해에서 아덴만으로 빠지는 해협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말라카 해협 등 폭이 좁은 병목지점이 있다. 이 곳은 해적들의 상습 출몰지역이다. 반면 북극해 항로는 이런 리스크가 없다.

다만 북극해 항로에는 운송비용, 환경문제 등의 문제가 있다. 우선 운송비용 문제다. 쇄빙선의 지원이 필요해 수에즈 운하 이용보다 운항비용이 3배 정도 더 드는 단점이 있다.

얼음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배에는 내빙선과 쇄빙선이 있다. 내빙선은 얼음이 드물거나 얼음 두께가 얇은 해역을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다. 쇄빙선은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선박이다. 얼음에 덮인 바다의 기본적인 항행은, 쇄빙선이 선도해 얼음을 깨어 수로를 열면 내빙선이 뒤를 따르는 방식이다. 쇄빙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 북극해 항로 수송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환경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북극항로 이용이 늘면 대기오염이 심화되고 해양생태계 파괴가 초래된다. 이는 북극의 기후 변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빙하가 녹으면서 운항이 수월해지고 있다. 현재 북극권은 세계 다른 지역보다 약 3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이다. 얼음이 녹으면 녹을수록 북극해 연중 운항은 그만큼 가능해진다. 운항비용은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북극항로의 상업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례 없는' 강대국들의 각축전=북극권에서 최대 영토를 가진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 탈출구로서 북극항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러시아는 2035년을 목표로 '북극항로 인프라 개발 계획'과 '북극개발 전략'을 내놓았다. 특히 북극 지역 군사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월 북극권 방위를 임무로 하는 북방함대를 군관구로 승격시켰고, 3월에는 대규모 훈련을 통해 군사력을 과시했다. 당시 훈련에서 3척의 핵잠수함이 정해진 시간에 한꺼번에 1.5m 두께의 얼음을 깨면서 수면 위로 상승하는 데 성공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북극권 국가가 아닌 중국은 '북극 인접국'이라고 자칭하면서 2000년대부터 차근차근 북극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에 연구시설 등을 건립했고 2013년에는 북극권 8개국으로 구성하는 '북극평의회' 옵서버 참가를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첫 '북극정책백서'를 내고 '빙상 실크로드' 건설을 선언했다.

올해 3월 발표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선 북극권에서 천연가스, 광물 등의 자원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중국은 조만간 자국 최초로 북극항로 관측 과학시험위성도 쏘아 올릴 예정이다.

반면 미국은 열세다. 일단 미국은 쇄빙선 보유 대수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 러시아는 쇄빙선 53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르크티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 추진 쇄빙선이다. 소형원자로 2기를 탑재한 '아르크티카'는 최대속력 22노트로 두께 2.8m 얼음을 깨고 중단없이 이동할 수 있다. 중국은 기존 4척 외에 원자력 쇄빙선을 포함한 2척을 건조중이다. 미국은 불과 2척의 쇄빙선만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대항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북극권에서 중·러에 완전히 밀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최대 군사강국인만큼 북극권에서의 군사력 강화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일 것이다. 미국은 중·러 양국에 대항하기 위해 북극권에서 군사 위상을 높여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각국간 군비증강 경쟁을 과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북극권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의 딜레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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