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칼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vs 끝이 보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1202102269045001[1].jpg "[우인호 칼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vs 끝이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아이돌'이라는 잘 만들어진 기획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뛰어넘는 콘텐츠로 아티스트이자 음유시인의 반열에까지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Life Goes On'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을 때,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전 세계 수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
'잠시 두 눈을 감고 저 미래로 달아나자'는 말을 현실도피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라는 터널 속에서 불안에 떨고 지친 사람들에 공감하고 던지는 위로의 말, 희망의 메시지로 느꼈을 것이다.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 눈치 없이 와버렸어"라는 가사의 한 구절에서 인간성이 말살된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 찾아온 4월의 봄을 '가장 잔인한 달'로 묘사했던 T.S. 엘리엇의 문제인식이 떠올랐다면 과장된 생각일까. 그렇게 2021년의 봄은 눈치 없이 찾아왔던 2020년의 봄처럼 또 왔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時)다. 위로의 메시지는 때가 맞아야 한다. 때에 맞지 않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는 불편함만 줄 뿐이다. 취임 4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 연설을 통해 언급한 백신과 관련한 메시지는 시(時)가 맞지 않아 불편을 준 말처럼 느껴졌다. 다른 모든 '인지 부조화'가 느껴지는 말들은 해석의 영역이 일정 부분 있기에 차치하겠다. 우선 백신만 보겠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견뎌달라."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도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똑같이 말한 바 있다. 당시엔 백신 개발기업 모더나의 최고경영자와 전화 통화를 한 뒤 2000만명 분 조기 도입이 확정됐다고 분위기를 한창 띄울 때였다.
올해 5월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2분기에는 도입 완료가 된다던 모더나의 백신 도입 개수는 아직 0개다. 지난 4월에 화이자 백신 2000만명 분을 추가 계약했으니 상황이 변한 게 없다는 뜻일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분화된 백신 국내 도입 시기, 접종 방안 등 구체적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 취임 4주년 되던 날 기준 정부가 계약한 9900만명 분 중 206만1500명 분이 들어와 백신 도입률은 2.08%에 불과하다. 무작정 끝이 보인다고 하면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시기를 특정 못하면 적어도 언제까지 몇 만명 분을 들여오기 위해 어느 회사와 어떤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지 정도라도 알려야 한다. 월별, 백신업체별 정부 도입 계획과 접종계획이라도 밝혀야 한다. 적어도 '끝'을 언급할 시기는 아니었다. 정부의 '처절한' 반성과 노력을 얘기해줘야 하는 때였다.
그래서 결국엔 다시 돌아와 공감(共感)이다. 방탄소년단이 아직 세계 속 BTS가 아니던 시절 데뷔 2년 차, 햇병아리였던 그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 위로의 목소리를 건넸다. 1억원의 기부도 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가슴 깊이 공감했던 그들은 이후 '봄날'이라는 시(詩)를 읊으며 넋을 위로했다. "보고 싶다 이렇게 /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 너희 사진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너무 야속한 시간 / 나는 우리가 밉다"
BTS는 "나는 저들이 밉다"가 아니라 "나는 우리가 밉다"라고 말한다. 모든 분노를 '저들'에게 돌리지 않고 우리 모두의 반성을 요구한다. 우리의 한 쪽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다. '저들'이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미안할 지경이다.
"애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쓴 글귀다. '촛불이 되었다'까지도 좋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이 고맙다"라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공감(共感)하고 싶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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