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결과물 완성도 높이고 사업화 지원 반드시 뒤따라야
에너지효율 ICT·양자암호·사회문제 해결형 기술 개발 역점
인간과 공존·협업 가능한 사람 중심 차세대 AI기술 확보도
최고 SW인력 양성 'SW마에스트로' 창업·기술사업화 노력
에너지효율 ICT·양자암호·사회문제 해결형 기술 개발 역점
인간과 공존·협업 가능한 사람 중심 차세대 AI기술 확보도
최고 SW인력 양성 'SW마에스트로' 창업·기술사업화 노력
![[데스크가 묻는다] "AI·6G 등 고위험 R&D 집중… 미래인재 키워 국가혁신에 승부"](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1002100531650002[1].jpg "[데스크가 묻는다] \"AI·6G 등 고위험 R&D 집중… 미래인재 키워 국가혁신에 승부\"")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ICT(정보통신기술)의 중요성은 혁신성장과 디지털 경제, 사회변혁의 '인에이블러'이자 '트리거' 역할 때문이다.
차세대 AI(인공지능), 양자인터넷, 6G 위성통신 등 고위험 R&D(연구개발)에 집중하고,
미래 인재를 키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은 최근 대담을 통해
"급속한 기술혁신 시대에 ICT R&D 전담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서
"회임 기간이 길고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 고위험·도전형·중장기 연구에 승부를 걸고,
디지털 뉴딜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지난 1월초 취임 이후 4개월 여 동안 내·외부 소통과 기관 업무구조 파악, 개선점 찾기에 몰입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최적의 조직구조와 인력배치를 통해 국가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준비를 끝냈다.
전 원장은 "4개월이면 3년 임기 중 9분의 1이 지나간 것이다.
가속도가 붙으면 더 빨라질 테니 마음이 급하다"면서
"언택트·디지털 혁신과 탄소중립이란 거대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운 계획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기관 역할 키워 정책·기술사업화 기능 키운다=전 원장은 R&D 관리에 집중돼 있던 기관의 조직과 역할을 더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R&D의 효용성과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과 기술사업화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주어진 예산에 맞춰 과제를 기획하고 연구자를 선정해 예산을 집행하고 성과물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역할이 너무 좁다. 어떤 예산이 필요하고 무슨 주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할 지 전 단계를 강화하고, R&D 종료 후에도 결과물을 문서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화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D 결과물의 완성도를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80~85% 수준의 결과물을 기업에 주면 R&D 능력이 없는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연구자와 시장 간의 간극을 좁혀주고, 기업과 연구자가 손잡고 뛰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사업화가 훨씬 잘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수평적으로 돼 있는 조직구조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전 원장은 "R&D 기획·평가·관리 등 기능별로 구성된 조직에 변화를 줘, 통신·방송·전파, AI·SW(소프트웨어) 등 주제별로 나눠 한 조직에서 기획과 관리, 인력양성까지 수행하되, 국제협력 등 공통 부분은 별도로 두는 이원화 구조를 검토 중"이라면서 "조직 내에 적절한 인력이 있는지도 살피면서 논의를 하고 있다. 준비되면 바로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최적의 R&D 자원 안배방안 찾는다=국가 R&D 자원을 어떻게 안배하느냐도 전 원장의 주요 관심사다. 연구자가 수요를 제기하고 수행하는 자율공모, 연구주제를 미리 정한 후 경쟁을 거쳐 연구자를 정하는 지정공모, 연구주제와 연구자를 모두 미리 정해놓는 정책지정 방식의 비중과 경향을 분석해 최적의 안배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전 원장은 "자율공모 과제는 연구자가 잘 하거나 하고 싶은 영역이니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런 연구만 하면 진짜 도전적이고 실패 위험이 높은 연구는 할 사람이 없다. 정책지정은 고위험 고난도 연구를 그 분야 원천기술을 가진 곳에 맡기는 방식이다. 안정적인 수행이 가능하지만 비중이 너무 높으면 경직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한 전 원장은 "올해 1조4000억 규모 연구과제를 지원하는데, 지난 3월 연구과제 선정평가를 끝낸 후 전체 예산이 어떻게 안배됐는지 분석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해보자고 했다. 올해와 작년, 재작년의 과제 기획내용과 선정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3가지 방식의 비율을 파악한 후 조정해 적정한 안배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는 "사회와 기술이 급변할수록 자율적 연구와 정책적 연구, 도전적 연구의 안배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분석 결과를 내년 R&D 투자 포트폴리오 수립에 활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뉴딜에 5000억 투자=전 원장이 올해 역점을 기울이는 분야는 정부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디지털 뉴딜이다. IITP는 디지털 뉴딜과 연관해 기술개발, 인재양성, 인프라 조성 등에 올해 예산의 약 39%인 약 5000억원을 투자한다. 기술개발은 비대면 비즈니스, 사회문제 해결, 재난·안전, 사이버 보안 등에 집중 지원한다. 특히, 차세대 통신 주도권 확보를 위한 6G 핵심 기술,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5 데이터 경제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인재양성 예산도 디지털 뉴딜 덕분에 늘어났다. AI대학원을 2개 추가 선정해 총 10개로 늘리고, SW중심대학은 9곳을 추가 선정해 총 41곳을 지원한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예산도 늘렸다. 5G 융합서비스 확산과 융합제품·서비스 개발·실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운영도 추진한다.
전 원장은 "디지털 뉴딜 관련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차세대 AI, PIM(Processing-In-Memory) 반도체, 디지털 트윈, 양자인터넷, 디지털 역기능 대응 등 2022년 신규사업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첫 술에 배가 안 부르더라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위험 장기연구에 집중… 과기정통부-국토부-산업부 등과 협업= R&D는 3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한다. 전 원장은 "도전적이고 장기적이면서 리스크가 있는 R&D에 집중하는 게 정부가 할 역할"이라면서 양자정보통신, 차세대 AI, PIM 반도체,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효율화 ICT 기술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양자암호기술은 비교적 쉬운 기술이 됐고, 양자의 얽힘과 꼬임, 스핀현상을 이용해 통신변조에 활용하는 기술도 어느 정도 발달했다. 이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양자얽힘 현상을 활용해 인터넷을 구현하는 양자인터넷 얘기가 나온다. 속도와 공간이 극복되는 네트워킹이 가능해지는 것인데, SF소설에서나 접할 법한 얘기들이 R&D 기획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문제 해결형 R&D도 핵심 주제다. 미세먼지, 디지털 성범죄, 보이스피싱, 탄소중립, 재난안전 등이다. 범부처 협업형 R&D도 키운다. 전 원장은 "탄소중립은 물론이고 자율주행차도 과기정통부와 국토부, 경찰청, 산업부가 같이 해야 한다. PIM반도체도 산업부, 중기부가 협력해야 한다. AI도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인문학이 연계돼야 한다"면서 "R&D 결과가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다양한 추진주체와의 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도전적 R&D는 성실실패 용인해야"= 갈수록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R&D 관리와 평가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 원장의 소신이다. 어려운 과제를 주고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하라고 하면서 실패는 절대 안된다고 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전 원장은 "지금까지 더 긴급하고 필요한 것에 선택과 집중해 상용기술과 일반적 기술은 선진국 수준으로 따라왔지만, 이제 더 어려운 기초원천 기술과 도전적인 과제에 뛰어들어 해결해야 하는 임계치에 왔다"면서 "더 어려워지니 더 몰입해야 하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성과는 더 천천히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임계 상황에는 R&D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써야 할 R&D 과제비를 다른 곳에 쓰거나 안 쓰는 것은 문제지만, 연구를 열심히 하고도 목표한 성과를 못 얻었다면 성실실패를 용인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 원장은 "R&D 관리의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 대신 연구윤리와 신뢰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AI 기술 도전= 특히 역점을 두는 도전적 연구과제는 AI반도체와 자율주행차다. AI반도체 사업에서는 인간의 뇌 신경망 기술인 NPU(신경망처리장치)를 2029년까지 초당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1페타플롭스 성능에 1밀리와트 수준의 저전력으로 작동하도록 개발해야 한다.
전 원장은 "최근 시작한 범부처 자율주행차 R&D 사업도 레벨4가 목표인데, 도전적인 영역이다. 6G와 양자컴퓨팅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예비타당성 기획·평가과정을 거쳐 차세대 AI 기술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현재 AI 기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과의 공존과 협업이 가능한 사람 중심의 AI 기술 확보가 목표다.
전 원장은 "AI 기술은 실세계에서 단순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인간의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조력자 역할을 하는 기술이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딥러닝 기술은 학습·판단 과정이 복잡하고 알기 어려우며, 활용 중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결과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떻게 결과물이 나왔는지 과정을 블랙박스가 아니라 설명해주는 AI도 필요하다.
전 원장은 "알고리즘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 적은 학습 데이터만 있어도 되는 고효율 알고리즘도 개발하고자 한다"며 "내년부터 5년간 R&D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고리즘 성능 향상, 공정하고 설명 가능한 AI, 단일지능 고도화와 다중지능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도 중요한 연구주제다. ICT로 에너지 관리를 최적화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ICT 분야의 장비, 데이터센터, GPU(그래픽처리장치), 칩셋 등의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해법을 찾겠다는 목표다.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등과 공조해, 예타나 관련 예산편성을 거쳐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6G 위성통신 시대 연다=6G도 중요한 R&D 어젠다다. 6G 시대에는 위성통신을 통해 지상과 위성이 연결된 3차원 네트워크가 실현될 전망이다. 고도 160~2000㎞에 떠 있는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농촌·산간·사막 등 음영지역과, 해상·항공기 내 등 지구상 모든 곳에서 인터넷과 음성·데이터 통신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이스X, 아마존 등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투자 재원과 원천기술, 산업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전 원장은 "6G 시대에 맞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선도적 투자를 할 계획"이라며 "3차원 위성통신 핵심 원천기술 R&D와 표준화를 추진하고, 다양한 위성통신 기술과 망·제품·서비스를 시험하고 적용하는 사업에 2023년부터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혁신인재 키워 국가 경쟁력 높인다=디지털 인재 양성도 IITP의 핵심 미션이다. 반도체 품귀 못지 않게 심각한 개발자 부족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특성과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전 원장은 "ICT는 상당수 일자리를 줄이지만 더 많은 일자리를 새로 만들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분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새로 만들어지는 영역은 사람이 부족하니 계속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이 수준 높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연구 역량을 높이도록 돕는 대학 ICT연구센터는 올해 8개를 추가 선정해 총 51곳으로 늘렸다. AI·SW 등 이머징 영역은 SW중심대학과 AI대학원을 각각 41개, 10개 운영해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전 원장은 "AI 분야는 AI융합연구센터, AI연구허브, AI대학원 등 3개 축, SW 인력양성은 SW마이스터고, SW중심대학, SW마에스트로 등 수준별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다양한 현장의 수요에 대응하려 한다"고 밝혔다.
◇"SW마에스트로·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기대"=최고 수준의 SW 인력 양성을 위한 SW마에스트로는 창업과 기술사업화에 좀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W 개발과 실전 프로젝트 과정이 끝난 후 2개월 정도 사업화와 창업, 글로벌 인턴십 경험을 쌓도록 돕는다.
교수와 교재, 학비가 없는 자기주도적 SW학습 프로그램으로, 코딩 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개발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전 원장은 "경영학 등 비전공자들이 처음 들어와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강한 의지로 문제해결에 도전하고,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 "내년 초 첫 수료식을 하고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텐데, 취업에 실패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본다. 코딩 한 줄 못하던 사람이 2년간 도태되지 않고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한 스토리가 주는 메시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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