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독성연구본부 책임연구원
![[기고] 독성물질로 우리의 뇌가 위험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0702102369660001[1].jpg "[기고] 독성물질로 우리의 뇌가 위험하다")
인간의 뇌는 약 1.4kg 무게의 작은 장기(organ)이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하여 감각, 기억, 학습, 운동 등을 관장하고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심장의 박동, 체온의 유지와 같은 기본적인 생명활동까지도 조정하는 장기가 바로 '뇌'인 것이다.
뇌는 외형적으로 단순히 분홍빛 색깔의 주름진 덩어리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해부학적으로 크게는 대뇌(cerebrum), 소뇌(cerebellum), 뇌간(brainstem)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수많은 하위 영역들로 나누어질 수 있다. 각 세부 영역에는 다양한 기능과 형상을 가진 서로 다른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뇌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인류가 몇 광년 떨어진 은하를 찾고 작은 미립자도 규명하지만 양쪽 귀 사이에 있는 3파운드짜리 뇌의 미스터리는 아직 풀지 못했다"라고 말했고, 혹자는 아직도 어떤 것을 연구해야 할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뇌는 현대과학기술의 한계에 있는 미지의 영역이며, 방대한 연구 범위다.
뇌는 앞서 기술한 특이점들 때문에 다른 장기들에 비해 독성에 의해 특이하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뇌신경독성은 간독성처럼 장기 전체에 나타나지 않는데, 예를 들면 뇌의 특정영역(중뇌 흑질)에 존재하는 전체 신경세포수의 0.001% 미만인 도파민성 신경세포의 사멸이 퇴행성 운동장애 질환인 파킨슨병을 일으키며, 파상풍 독소에 의해 척수 내의 매우 적은 수의 신경세포 독성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파킨슨병의 경우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질병은 고대 문헌에도 기록된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질병으로 발병원인이 합성화학물질이나 생활환경물질이 아니라 생체 내에서 과도하게 생성된 병인성 독성 물질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므로 생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내인성 물질로 인한 독성과 이로 인해 질병의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이처럼 뇌는 기존에 독성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간, 심장, 폐와 같은 장기와 더불어 독성연구의 필요성이 매우 큰 장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국립독성연구센터(NCTR, National center for toxicological research)는 신경독성 관련 연구기관으로 FDA의 규제, 정책 지원 등 과학기술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신경독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인 신경독학부서(Division of Neurotoxicology)를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주제들은 합성화학물질의 신경세포 독성뿐 아니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ADHD와 같은 뇌신경질환, MRI나 CT를 활용한 뇌 영상분석, 신경독성 바이오마커 발굴, 담배 및 약물중독, 시험법과 모델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도 신경과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외부 인자(화학, 바이오, 담배 등의 합성화학물질)에 의한 부작용 즉, 신경(발달)독성, 뇌 발달질환, 약물에 의한 중독성, 뇌세포의 전기생리학적 기능 및 변화 분석, 퇴행성 뇌신경질환 등의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퇴행성 뇌신경질환의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내인성 독성물질과 독성기전 등을 발견하고 있다. 그러나 뇌신경독성 연구 분야의 방대함과 선진 독성 연구기관에 비하면 국내 연구 인프라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뇌신경독성 여부를 모르는 수 만종의 외부인자들과 발병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독성 관련 뇌질환들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현 상황에 우리가 어떤 독성연구로 연구범위를 확장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뇌신경독성 연구 분야가 적절한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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