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공수처는 검경의 상급기관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0702102269660001[1].jpg "[장영수 칼럼] 공수처는 검경의 상급기관인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의 공수처로의 이첩과 검찰로의 재이첩, 황제수사 논란 등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유보부 이첩이 법률상 허용되는지에 대한 갈등으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이 제정되면서 법리상의 문제점, 실무상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35개 조문과 2개 부칙조항으로 구성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품격있고 절제된 선진 수사 제도"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규칙은 기본적인 전제에서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외견상 드러난 가장 큰 갈등요인은 이 규칙 제25조 제2항에서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사 완료 후 사건을 공수처에 재이첩하도록 함으로써 공소권을 공수처에 유보하는 '조건부 이첩'을 규정한 것에 있다. 하지만 그밖에도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 관한 규정들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는 무엇보다 '공수처'와 '공수처 규칙'의 법적 지위와 성격에 대한 이해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사하게 '법률상 독립기관'이다. 즉, 헌법상 기관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설치되었고, 비록 독립성이 인정되지만, 그 권한과 활동범위 등은 법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수처법에서는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 대해 이첩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수사지휘 등 상하관계를 시사하는 표현은 없다. 공수처를 검·경에 대한 상위기관으로 규정했을 경우에는 공수처 도입 당시에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였던 야당의 반대에 의해 공수처 도입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여당에서도 공수처의 권한이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에 한정되며, 검찰·경찰과 공수처가 합리적인 역할분담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최근 공수처의 움직임을 보면, 공수처를 검경의 상급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상대 수사기관의 의견과 무관하게 공수처로 사건을 보내도록 하는 일방적인 이첩요구권을 인정한 것은 공수처법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수처 규칙에서 다른 수사기관으로의 이첩을 규정하고, 더불어 수사 완료 후에 재이첩까지 요구하는 것은 수사지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법률이 아닌 공수처 규칙에 의해 다른 수사기관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공수처법 제45조에 근거하여 공수처법 시행령을 갈음하는 위치에 있는 규칙이라고 하지만, 공수처가 대등한 위치에 있는 다른 수사기관에 대해 내부 규칙을 통해 일방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수사기관 상호 간의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및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규칙제정권이 명시되어 있으며, 감사원은 법률에 의해 규칙제정권이 인정되고 있다. 이들은 헌법상 기관으로서 그 역할과 권한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내부 규율과 사무처리를 위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법률상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도 시행령을 두고 있으면서, 공수처법에 대해서는 시행령 없이 공수처 규칙으로 업무의 기준을 정한다는 것도 법체계상 맞지 않는다. 더욱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되는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포괄적 위임입법의 금지 원칙 위배가 문제될 수 있고, 다른 (수사)기관에 일방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기관들의 규칙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공수처 규칙에 대한 법률상, 실무상의 비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공수처 규칙에 의존해 공수처의 검경에 대한 우월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오히려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공수처의 부족한 인력과 전문성을 보완하려는 것이 현재 공수처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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