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 산업부장
![[차상근 칼럼] 커지는 중국식 명분론의 위험수위](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0302102269038001[1].jpg "[차상근 칼럼] 커지는 중국식 명분론의 위험수위")
대만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은 나아가 며칠전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을 '민주국가'라고 주장하며 중국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 부정했다. 대만 최고위 당국자의 이같은 도발적(?) 언사에 중국은 대만독립 분열세력에 대해 일체의 필요한 조처를 해 엄벌하겠다며 초강경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강대강' 대치국면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가는 분위기다.
중국이 상대국을 배려해야 할 만큼 다했다는 명분을 강조하고 책임론을 덜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위의 문구는 신중국 건국 이후 주변국과의 전쟁 등 대외 분쟁이 발생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경까지 왔으니 내가 폭발하더라도 너의 책임'이라는 일종의 최후통첩성 메시지로 사용돼 왔다.
이 말은 중국-인도 간 국경 전쟁을 개시하기 하루 전인 1962년 9월 22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사설에 처음 등장했다. 이어 중국이 구(舊)소련과 국경분쟁을 겪던 1967년 7월3일에도 외교부는 베이징(北京) 주재 소련 외교관의 간첩행위를 비난하며 이 문구를 썼다. 베트남과 국경전쟁 개시 두달여전인 1978년 12월 25일에는 인민일보가 베트남 군대의 국경침범을 공격하는 사설에 이 문구를 담았다. 모두 전쟁 개시 직전에 사용한 일종의 선전포고문이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그 성격이 좀 달라졌다. 갈등관계인 상대국을 압박하는 으름장용으로 쓰이고 있는 모양새다. 2019년 5월에는 인민일보가 미국의 공격적 경제제재를 비난하며 이 문구를 사용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의회의 홍콩인권민주법안 통과에 발끈해 외교부 홍콩사무처 대표 담화에 실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중국본토 타격이 가능한 첨단 무기를 수입한다는 소식에 인민일보가 같은 표현을 쓰며 대만과 미국, 동시에 경고장을 보낸 바 있다.
올 들어서는 지난 3월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문제를 놓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이 제재를 가하자 중국 당국은 강도 높은 보복을 하겠다며 경고의 의미로 사용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20여년 전 8개국 연합국에 베이징이 점령당한 청나라가 아니라며 구원(舊怨)을 꺼내기도 했지만 이전에 주변국과의 분쟁 때 썼던 즉각적인 행동 메시지와는 달라 보인다.하지만 긴장도가 극도로 올라가고 있는 최근의 양안관계나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결코 가벼이 대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보다 첨예해진다면 중국이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어떤 식으로든 군사행동을 감행해 탈출구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고립이나 경제 제재 등을 활용해 현재의 국면을 전환하는 기회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손봐주기' 심산으로 인도, 소련, 베트남 등과의 제한적 국지전을 벌였듯이 유사한 군사행동을 다시 전개할 수 있다는 전제이다.
이럴 경우 미국의 개입이 예상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한 미군이 대만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하는 대(對)중국 행보가 전략적 압박을 충분히 가져가고 있어 중국 지도부의 비합리적 결정을 억제할 것이란 관측도 현재까지는 우세한 편이다. 차이잉원 총통이 현재의 양안관계 긴장상태와 관련 "중국 본토의 지도자는 합리적 정책결정자"라고 수차례 언급한 사실이 새삼 되새겨지는 대목이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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