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포럼] 개인정보보호 선진국이 된다는 의미](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2902102369073001[1].jpg "[포럼] 개인정보보호 선진국이 된다는 의미")
현재까지 EU 개인정보 적정성 결정(이후 적정성 결정으로 지칭)를 받은 나라는 캐나다, 스위스 등 모두 12개 국가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2019년 1월에 받았다. 우리나라의 적정성 결정 1차 추진은 2015년으로 거슬러 가며, 6년간 우리 정부와 EU 집행위원회의 노력과 협상 결과로 최종 적정성 결정 채택의 사전 절차인 적정성 결정 논의가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EU 집행위원회와 2차례 적정성 결정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첫 번째는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행정자치부에 의해 추진되었으며, 두 번째는 2017년에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을 근거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를 중심으로 추진했다. 2017년 EU 집행위는 우리나라를 적정성 결정 우선협상국으로 지정했다. 이후 독립 행정부서로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확대된 개인정보 보호 영역과 강화된 독립성 체계로 적정성 결정 논의를 EU 집행위와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2차례 추진이 적정성 논의 마무리까지 도달하지 못한 가장 큰 장애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기관의 독립성 미흡과 개인정보 평가 대상 영역의 협소성이었다. 작년 8월 5일 데이터3법 개정으로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모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되면서 규제기관의 독립성 미흡의 문제가 해소되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개인정보 규제 영역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통합되면서 결정 영역의 협소성 문제도 해소되었다.
우리나라가 최종 적정성 평가 대상국이 되기까지 남은 절차는 EU정보보호이사회의 의견 수렴 및 반영, 집행위 담당과 회원국 대표간 협의 절차, EU 집행위원회 전원 회의 의결 등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우리나라는 최종 적정성 평가 대상국이 될 것이다.
이번 개인정보 적정성 결정 논의의 성공적 마무리는 매우 의의가 크다.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유럽 수준과 동일함이 확인됨으로써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조직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최종 적정성 결정 대상 국가가 되면 우리나라 기업이 EU 27개국에서 수집한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별다른 추가 조치 없이 국내로 이전해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 이전은 일방향임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크다. EU 역내에 진출한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 또는 중소기업이 EU 지역에 별도의 데이터 센터의 설립하거나 현지 센터를 이용하지 않고 유럽 시민의 별도 동의 없이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우리나라로 이전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EU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데이터 가명처리와 가명 데이터 결합이 EU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의 개념에 일치하다고 암묵적으로 평가받은 점도 큰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4차산업혁명을 위해 우리나라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가명처리와 가명 데이터 결합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정성 결정은 개인정보 보호 부문만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법집행을 위해 활용되는 개인정보의 제도, 관행까지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가안보와 법집행시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받은 점도 의미가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적정성 논의 마무리에서 결정 대상국이 되기까지 약 5개월 정도 걸렸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빠르면 올 상반기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 최종 적정성 평가 대상국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2015년 행정자치부가 EU 적정성 결정을 추진할 때부터 다양한 정부 자문과 지원 활동을 수행해 왔다. 이번 결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도로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을 통과시킨 국회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외교부, 법무부, 경찰청, 국정원, 금융위, 인권위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정책 조율과 협력 결과로 얻어졌고, 많은 민간 전문가의 지원으로 얻어진 것도 유념해야 한다. 남은 절차를 잘 준비해 적정성 결정 최종 대상국이 되는 날을 앞당겨 디지털 경제를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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