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AI) 기술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 2년 가까이 뒤쳐져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데이터 활용 등 AI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자율주행차와 로봇, 원격의료 등 미래 유망산업에서 경쟁국에 뒤쳐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AI 분야 현황과 과제'를 분석한 결과 투자와 특허, 핵심인재 수 등이 AI 선진국 대비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며, 특히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 제약하는 개별법 정비와 핵심 인력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AI 세계시장 규모는 2018년 735억 달러에서 2025년 8985억 달러로 연평균 43.0%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전경련은 우리나라가 높은 교육 수준과 최고의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등에 강점이 있음에도, AI 분야에서 미국, 중국 등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한국의 AI 논문 수는 세계 9위지만, 1위인 중국(7만199건)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질적 지표인 논문 편당 인용 수는 전체 91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특허 수를 기반으로 AI 기술 100대 기업(연구기관)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한국 국적의 연구기관은 미국(44곳)의 11분의 1 수준인 4곳(삼성, LG, 현대자동차, 전자통신연구원) 뿐이다. 또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석·박사 이상급 연구자 숫자도 부족해 미국의 3.9% 수준인 405명에 불과하다.
AI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고등교육을 받는 대학생 인구수 대비로도 주요국 대비 열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전경련 측은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AI 경쟁력은 미국 등과 비교해 여전히 열세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미국을 100으로 둘 때 유럽연합(EU)은 89.5, 중국은 85.8, 일본은 81.0이었고, 한국은 80.9였다. 미국과 한국의 기술격차는 약 1.8년 수준이며 수년째 좁혀지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은 글로벌 100대 AI 분야 스타트업 가운데 65개를 차지하는 데 비해 우리는 0개로 경쟁국과 비교해 낙후돼 있다. 영국과 중국은 각각 8개, 6개다.
주요국은 한발 앞서 데이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 전략을 세워 재정 지원,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오픈 데이터 정책 등 빅데이터 활용을 추진, 일찌감치 데이터 활용이 용이한 규제환경을 조성했다. 그 결과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묵인 하에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활용을 허용해 2015년부터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했고,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은 AI 관련 인재 유치를 위해 특별비자 발급을 늘리고 정착이 원활하도록 이민 규칙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2020년 데이터 3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의료법 등 개별법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별도 동의가 필요하거나 이용을 제한해 법 체계가 충돌할 수 있고 활용하는 주체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재 육성을 위한 비자나 학과 신설 등 제도개선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미온적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AI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IT 강국인 한국의 경쟁력은 주요국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업종별로 데이터 활용을 차등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고 의료법 등 관계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