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제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게임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사업모델(BM)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모두 확률형 아이템에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실제 규제가 법제화되면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올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한 개정안 중 확률형 아이템 관련 개정안은 총 5건에 달한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법안은 지난해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업법 전부 개정안과 유동수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게임업법 일부 개정안이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비율, 획득 확률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컴플리트 가챠 상품의 금지, 과징금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와 관련한 법제화가 너무 갑작스럽다는 입장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템 확률 공개를 절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이 사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선의의 피해를 막고, 더 좋은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게임업계는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해, 아이템 확률 공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게임 이용자들을 위한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마블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구로동 소재 신사옥에서 열린 신작 '제2의나라' 쇼케이스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회사 방침인 만큼, 신작 게임에서 더 공격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내부 전수조사도 이미 다 마친 상태로, 순차적으로 이용자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또한 넷마블은 게임이용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서비스 조직도 신설하기로 했다.
넷마블과 같은 대형 게임사들은 이렇듯 대응방안이라도 내놓고 있지만, 중소 중견 게임사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이들 중소 게임사들은 국회에서 자칫 고강도의 규제가 가해질 경우, 수익구조가 악화돼 기업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지난 2월 쏘아 올린 연봉 인상 경쟁이 최근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자칫 확률형 아이템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중소 게임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이어 핵심 개발 인력을 줄줄이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미 기존 개발자들을 지키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규제가 법제화되면) 관리 인력이 더 필요해지는데, 규모가 작은 게임사 일수록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게임사들은 대응 여력이 있겠지만, 게임 하나를 몇년 동안 개발하고 서비스하면서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곳들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게임 한두 가지만 서비스하는 기업이 주력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규제로 인해) 타격을 받으면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