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이 이끌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조합설립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가격이 올랐는데, 오 시장 당선을 전후해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등 규제 완화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현대4차 전용면적 117㎡는 지난 13일 41억7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되며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더 올랐다. 지난 5일에는 현대7차 전용 245㎡가 6개월 전 67억원보다 13억원 오른 80억원에 거래되면서 올해 전국에서 팔린 아파트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압구정 집값 상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거래는 오세훈 시장도 취임 후 주택건축본부로부터 현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언급하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서울시는 법인이 매도하면서 근저당을 설정해 준 이 거래가 이상 거래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이달 실거래 신고된 매매는 1건이지만, 최근 1∼2주 새 4건 정도 거래가 이뤄졌으며 신고가 경신 거래도 나왔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달 5일 26억81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뒤 한 달 넘게 거래가 없는데 현재 호가는 27억5000만∼28억원까지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 76㎡ 역시 지난달 24억3300만원에 최고가 거래 후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호가가 이달 초 23억5000만원에서 현재 25억원 수준으로 시장 선거가 끝난 뒤 1주일 새 1억5000만원 뛰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66㎡는 지난 9일 17억6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져 기존 최고가인 올해 2월 17억4000만원을 경신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해당 주택형의 호가는 일괄적으로 20억원이다.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도 압구정 단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다는 인식 속에 집값이 오름세다.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79㎡는 최근 19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써 지난달 최고가 18억2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높은 가격에 매매됐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전했다.
오 시장은 재건축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오 시장은 16일 주택건축본부 보고 자리에서 "주요 재건축 단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 걱정되고 우려된다"며 "주택공급 속도가 중요하고 앞으로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재건축 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오 시장 당선 직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양상이지만,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서울시가 얼마나 재건축 규제를 풀 수 있을지도 유동적이기 때문에 급등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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