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항미`에서 `탈미`로 가는 中… 韓의 선택은](http://contents.dt.co.kr/images/202103/20210325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항미`에서 `탈미`로 가는 中… 韓의 선택은")
쌍순환 전략은 지난해 5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처음으로 정식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의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와 12월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국내 수요의 지속적 확대가 강조된 바 있다. 이는 쌍순환 전략의 일환이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쌍순환 전략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미중 대립이 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폭탄을 투하해 무역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어 화웨이 제제 등 미국의 대중압박은 잇따랐다. 중국은 '탈미'(脫美)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작년 1월 31일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의 발언은 이런 중국의 생각을 굳게 만들었다.
당시 로스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기업들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런 의존이 몰고 올 '위험 요인'을 재고하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는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서명식(1월15일) 직후였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륙에 확산되고 있던 때였다. 로스 장관의 발언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이 흔들거리고 있어 공급망(supply-chain)을 재검토해 중국 의존도를 끊겠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하면 많은 일자리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란 얘기였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손잡고 같이 가기는 어렵다'고 분명히 인식하게 됐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항미`에서 `탈미`로 가는 中… 韓의 선택은](http://contents.dt.co.kr/images/202103/20210325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항미`에서 `탈미`로 가는 中… 韓의 선택은")
중국은 5월 노동절 연휴기간에 관광도 재개시켰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없었지만 이것 역시 70~80% 수준까지 되돌렸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국내에서 꾸려나갈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었다. 이제 미국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붙었다.
내수확대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내수의 중심은 개인소비다. 중국에서 GDP 대비 최종소비지출 비중은 아직 50% 수준이다. 미국은 70% 정도다. 지금 중국에는 중간 소득층이 4억명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18세기 산업혁명 전 지구 전체 인구와 비슷한 규모다. 중국이 목표대로 오는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중등 선진국 수준(2만 달러)까지 올려나가면 중산층은 쭉쭉 커나갈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어머어마한 소비대국이 된다. 이에 발 맞춰 관료들의 평가기준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얼마나 잘 살게 했느냐로 달라지고 있다. 출세하고 싶은 관료들은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70여년 전 중국은 '항미'(抗美)를 외치며 미국과 무력전쟁을 벌였다. 이제 '쌍순환'을 무기로 '탈미'에 가속을 붙이며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요란한 구호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입장에선 지금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제대로 봐야한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할 한중 경제협력에 대한 전략적 논의를 하루빨리 구체화시켜야 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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