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LH 사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란 오만

김미경 정경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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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LH 사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란 오만
김미경 정경부 정치팀장

'정치는 생물'이라고들 한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나 변수가 발생하고, 예측한 결과가 엇나가고, 이슈를 이슈로 덮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현 시점에서 가장 정치판을 흔들고 있는 변수이자 이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현직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다. 합동조사단의 국토교통부·LH 1차 전수조사 결과 20명 상당의 임직원들이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투기의심 사례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수사 등을 진행해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차원을 넘는 '패가망신' 상당의 징벌적 환수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합조단의 1차 조사는 LH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전환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국민들은 '고작 20명'이라는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식의 LH 일부 직원들과 여당 일부 구성원들의 태도다.

LH는 14일 익명 커뮤니티에 "꼬우면 니들도 LH로 이직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작성자를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했다. 논란의 게시글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 "어차피 한 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힌다" 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공분을 샀다. LH는 작성자가 실제 LH 직원으로 밝혀지면 파면 등의 중징계를 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빚어졌다. 강훈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H 사태로 인한 4·7 재보선 악영향과 관련해 "LH 문제는 고질적 병폐가 터진 것이다. 발본색원·재발 방지·정책 일관성이란 3가지 원칙으로 대처하겠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런 문제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거센 비판에 부딪혔다. 야당에서는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고, 시간만 지나면 된다는 식"이라며 "민주당은 그래서 그렇게 성역 없는 강제조사는 거부하며 시간 끌기로 일관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익명게시판의 글이나 강 수석대변인의 발언에서 읽을 수 있는 공통점은 저변에 깔려 있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인식이다. 불과 보름 전 가장 큰 정쟁거리가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의혹'이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발해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언제 LH 사태를 덮을 더 큰 이슈가 발생할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LH 사태는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 그냥 잊히는 이슈로 치부하기엔 이미 몸집이 커졌다는 뜻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로 우뚝 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떠받들고 있는 힘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드러난 정권과 검찰 간의 갈등구도뿐 아니라 LH 사태로 인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다.

윤 전 총장은 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TBS 의뢰, 조사기간 12~13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37.2%로 1위를 굳건히 했다.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24.2%)와는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인 13.0%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윤 전 총장은 전격 사퇴로 지지율 상승세를 탄 뒤 LH 사태로 지난주보다 무려 4.8%포인트나 오르며 지지율 상한가를 쳤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특검, 3기 신도시 토지소유주 전수조사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사실 정치권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만능 치트키처럼 휘 두르는 전수조사나 특별검사 등은 그 자체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과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하나마나 한 공염불이 된다. 오히려 사태 진화용으로 꺼낸 전수조사나 특검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수 있다.

더욱이 민주당은 벌써 3기 신도시 등 투기의심을 받는 의원이 6명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불거진 다주택자 논란 당시 해법으로 내놓은 다주택 보유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주택 처분 등의 약속도 아직 완전히 마무리 짓지 못했다. 정치권이 국회의원 전수조사냐, 민주당 우선조사냐를 두고 대립하거나 특검 대 검찰수사 등 본질을 빗겨가는 방법론 공방만 주고 받는 사이 민심의 상흔만 더 깊어지고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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