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대출 갚으려 직원 내보내고 버텨요”… 눈물로 쓴 골목생존기

최저임금 인상에 C쇼크까지 '이중고'… 5인 이상 모임 금지 치명타
정부 대출 지원 빚만 늘리는 꼴 … 요금납부 유예도 아무 도움 안돼
임대료 감면 자율성 의존에 흐지부지 … 건물주 절반이상 다시 받아
고정비 부담에 폐업 속출 … 골목경기 완전 회복에 2 ~ 3년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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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대출 갚으려 직원 내보내고 버텨요”… 눈물로 쓴 골목생존기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취재진이 방문한 경기도 부천의 한 상가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천=이슬기기자 9904sul@

"코로나19가 끝난다면 지금보다야 나아지긴 하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1년을 버틴 골목상권 상인들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상황에서도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봉필규 안양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서 골목상권이 곧바로 그동안의 피해를 회복하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그동안의 피해가 컸다는 얘기다.

오랫동안 안양 최고의 번화가로 불리던 '안양1번가'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근에만 150개 상가가 공실이 났다.

봉 회장은 "옛날에는 1~3층 모두 2~3억원씩 권리금이 붙던 상가인데 코로나19로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빈 상가가 많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상인들도 대출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사를 계속 해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 닫고 싶어도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장사…업종 특성 고려한 지원 절실"= 전국 각지의 상인회장들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현수 전주남부시장 상인회장(전국상인연합회장)은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목적과 취지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 납부 유예를 해준다는데 몇 달을 장사 못하고 수입이 계속 마이너스였던 상인들이 요금 납부를 몇 달 미뤄준다고 없던 돈이 생기겠나. 아예 감면을 해주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하 회장은 "정부가 지금까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고 몇 조원씩 예산을 짰는데 그중에 절반은 대출 지원"이라며 "대출은 고스란히 빚이다. 무이자 대출처럼 획기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한데, 단순히 상환기간만 늘리고 이자 납부 기한만 미뤄주는 것은 소상공인들 빚만 늘리는 꼴"이라고 했다.

임대료를 감면해주거나 깎아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 사례도 임대인의 자율성에 의존하다 보니 대부분 두 세 달 만에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하 회장은 "전주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인'은 소문만 거창하게 났는데, 정작 두 세 달 임대료 감면해준 뒤에 다시 받기 시작하는 건물주들이 절반 이상"이라며 "결국 인건비·임대료 같은 고정비 부담 때문에 문 닫는 가게들이 속출했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선 지원예산을 많이 편성하면 국가신인도가 떨어진다고 얘기하는데, 신인도 조금 떨어지면 어떻나. 당장 우리 식구들 힘든 것 먼저 챙겨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훈 서울 용강동상점가 상인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지만, 골목상권 경기는 똑같다"며 "국민들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밖으로 다니는 것을 조심하고 관광도 대폭 줄었으니 시장이 받는 타격은 여전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일부 배달업종은 호황을 맞았지만, 전통시장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이 회장은 "우리 상권의 경우 배달을 전문으로 할 수 있는 치킨집이나 이런 상점이 거의 없다"며 "그래도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도 없고 홍보도 해야 하니 자체적으로 배달을 시작하긴 하는데 매출의 상당 부분을 (배달앱) 수수료로 지불 해야 하고 하루에 몇 건 이상 일정하게 매출 건수가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회장은 "상점가에 속한 상인들은 대부분 배달을 전문으로 생각하고 장사를 시작한 곳들이 아니기 때문에 포장 용기도 따로 구매를 하고 시스템을 갖추고 배달원도 구해야 하는 이런 상황들이 익숙하지가 않다"며 "일례로 용강동상점가는 마포 갈비가 유명한데 숯불 갈비를 배달로 판매한다면 그 맛이 똑같겠나. 상권 특성상 배달이 맞지 않는 곳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가 내일 당장 끝난다고 해도 이미 우리 경제가 불경기인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았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어려운 사람들은 더 어려워지고 대기업은 승승장구하는 부의 불균형이 더 심화됐다"며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이 코로나19가 끝났다고 갑자기 소비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봉 회장도 코로나19 이후 2~3년은 계속 골목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봉 회장은 "경기가 워낙 안 좋은 상태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서 웬만한 상가들은 다 절반 이상씩 빈 상가가 났다고 한다"며 "지금 장사를 하고 있는 분들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게를 내놓자니 (대출로) 끌어다 쓴 돈이 있기 때문에 대출을 갚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까지 전부 회복되려면 2~3년은 있어야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양남부시장은 안양 최대 규모의 도매시장이기도 하다.

소매시장과 매출구조나 영업시간·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 지원 정책도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는 게 봉 회장의 생각이다.

정부는 자영업자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연매출 4억원으로 잡았는데, 물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도매업은 순수익 대비 매출액이 높은 특성 탓에 지원금을 대부분 받지 못했다.

봉 회장은 "연매출 4억원이라고 해봤자 한 달이면 매출 3300만원이다. 실질적인 수익으로 따지면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것인데 직원 2~3명 인건비, 가게 임대료, 세금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수준"이라며 "업종 특성을 고려해서 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 정부 정책을 보면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한탄했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감안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연매출 10억원 한도로 높이기로 했지만,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도매상인들은 여전히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치명타"…고용도 줄였다= 소상공인 경기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정부가 방역지침을 강화해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실시하면서였다. 이 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영업 제한 시간이 10시로 늘어났지만, 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이 가장 영향이 크다"며 "특히 음식점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 아예 5인 이상 소모임이 사라지니까 안 그래도 매출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이중고를 맞게 됐다는 호소가 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소상공인들이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인건비였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소상공인 사업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10명 중 5명은 인건비 부담에 고용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13일부터 11월 3일까지 전국 도소매업·숙박음식업 등 소상공인 1000명(일반 소상공인 700명·폐업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전화·이메일·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소상공인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고용 감소가 있었다'고 응답한 곳은 50.9%에 달했다. '고용 변동이 없었다'(27.3%)고 응답한 곳의 약 2배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기존인력 임금삭감(36.1%), 기존인력 감축(19.4%), 신규채용 축소(16.7%)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현재 (소상공인) 매출의 어려운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에서 고용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효과가 미약해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안양·전주=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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