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의 글로벌시대] 2021년은 파리협정 시행 원년

이희용 연합뉴스 전문기자

  •  
  • 입력: 2021-01-11 20:03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2021년은 파리협정 시행 원년
이희용 연합뉴스 전문기자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195개 협약 당사국 대표들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를 넘지 않도록 하고, 더 나아가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2016년 11월 공식 발효된 파리협정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등에 관한 국제 약속으로 활용돼온 교토(京都)의정서를 대체한다. 교토의정서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됐다. 이제 파리협정 시행 원년이 시작된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지구 평균기온 목표치를 처음으로 명문화했고, 선진국(37개국) 위주로 부과하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모든 당사국으로 넓혔다. 당사국들이 정한 목표의 이행 정도를 점검하기로 한 것과 종료 시점 없이 지속적인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구축한 것도 진전된 성과였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이른바 온실 효과 때문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복사열을 다시 방출해 평형을 이루는데,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가 방출을 차단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주원인으로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이 첫손에 꼽히며 인구 증가, 숲 훼손, 육류 소비 증가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실 효과에 따른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가장 먼저 일깨운 인물은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다. 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로 증가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5∼6도 상승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1896년 발표했다. 그러나 학계는 이 주장을 외면했다. 이산화탄소 대부분을 바다가 흡수할 것으로 생각한 데다 당시 화석연료 사용량도 많지 않아 이산화탄소 농도가 갑절이 되려면 1천 년은 걸릴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1938년 영국의 증기기관 기술자 가이 스튜어트 캘린더가 영국 기상학회에서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그때도 인류는 기술 발달에 따른 산업화를 축복이라고만 여겼을 뿐, 지구에 저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학자들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였다. 서유럽의 과학자·경제학자·교육자 등의 모임인 로마클럽은 1972년 발표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서 지구 온난화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유엔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인간·환경 선언'(스톡홀름 선언)을 채택했다. 가이아 이론을 창안한 영국의 제임스 러브록, '위험사회'의 저자 독일 울리히 벡 등 석학들과 정치인·문화예술인·시민운동가들도 동참하고 나섰다.

반면 지구 온난화가 허구, 혹은 과장이라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두고 유럽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의 발전을 가로막으려고 꾸민 음모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현상을 반기는 지역도 있고, 화석연료 소비 억제 탓에 손해를 보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으로 증가한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것도 학계 통설이다. 남극과 북극의 빙산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섬나라나 저지대가 수몰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태풍, 해일, 산불,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천재지변도 빈번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자고 합의한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처음 체결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기와 감축량 등을 명시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이때 1972년 스톡홀름 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한 '환경·개발 선언'(리우 선언)도 함께 채택했으나 말 그대로 선언에 그쳤다.

이를 대체한 교토의정서는 1990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2년까지 EU 8%, 미국 7%, 일본 6% 등 선진국 평균 5.2% 줄이기로 했다. 중국·인도·한국 등 개발도상국은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른 나라에서 이뤄낸 온실가스 감축분도 인정해주는 공동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 배출 한도를 사고팔 수 있는 배출권 거래제도 등도 도입했다. 하지만 미국은 의정서가 발효도 되기 전인 2001년에 탈퇴를 선언했으며,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온실가스 감축 반대로 돌아섰다.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도 5년이 지났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물 부족 현상,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이상기후 빈발 등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각국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기로 약속했으나 이행 정도는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이슈로 등장한 개념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넷제로·net zero)이다. 핀란드는 2035년, 스웨덴은 2045년, 영국·프랑스·덴마크·뉴질랜드·캐나다·일본 등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법제화하거나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 중립'을 약속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위인 중국은 목표를 2060년으로 잡았다.

배출량 2위인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파리협정 탄생의 일등 공신이었다가 2017년 트럼프가 집권하자마자 탈퇴해 국제 공인 '기후 악당'으로 전락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파리협정 복귀가 예상되지만, 교토의정서 경험을 떠올리면 언제 또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

화석연료 의존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도 요주의 국가로 꼽힌다. '205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부담이 따르는 건 사실이나 이는 국제적 약속이자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파리협정의 숨은 일등 공신은 수많은 나라의 복잡다기한 입장을 조율해 대타협을 끌어낸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현 국가기후환경 회의 위원장)이었다. 한국인 국제지도자가 이뤄낸 성과를 출신국이 앞장서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가 우리를 어떻게 보겠는가.

이희용 연합뉴스 전문기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