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앱만 열면 결제된다"… 디지털 위안화 위력](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24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앱만 열면 결제된다\"… 디지털 위안화 위력")
디지털 화폐는 실체없이 전자장부에 숫자로만 존재하는 통화다, 하지만 가상 화폐 '비트코인'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가치나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다. 다시말해 '지폐의 디지털 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각국보다 한 발 앞서 화폐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정치적·경제적 특권을 잃을 것을 우려해 미국 유럽 일본이 우물쭈물 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숨 쉴틈 없을 정도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내세워 대규모 실증 실험을 보란듯이 성공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위안화 실험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진행됐었다. 이번 쑤저우에서 온라인 결제까지 확대함으로써 앞으로 중국 내에서 디지털 위안화 도입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현금없는 사회'로 진입한 상태다. 스마트폰 결제와 거의 같은 사용법의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되면 나라 전체에 퍼지는데 수 개월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앱만 열면 결제된다"… 디지털 위안화 위력](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24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앱만 열면 결제된다\"… 디지털 위안화 위력")
이렇게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에 전력을 쏟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위안화 패권'을 위해서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쓸 수 있다. 전 세계 누구라도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전용 앱을 다운로드받아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침투력이 워낙 좋아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달러 패권이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 사용을 무제한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부유층이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를 악용하면 대량의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제한을 두어 순차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일대일로(一帶一路) 참가국이나 동남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중국은 이들 국가들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 형태로 원조를 주면 이들 국가 안에서 자연스럽게 유통된다.
현 시점에서 위안화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극히 낮다. 전 세계의 외환거래 가운데 달러화는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위안화는 불과 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국내와 외국에서 개인결제가 디지털 위안화로 대체되면 거래량이 막대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순조롭게 디지털 통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2022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해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앞으로 불과 1년 정도 남았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중국 주도의 디지털 통화 시대가 정말로 올지도 모른다. 요즘의 IT사회에서 경쟁자보다 더 빨리 플랫폼을 구축해 규칙과 제도를 정하는 것이 패권을 잡는 가장 빠른 길인 것을 보면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유통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이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시들하다. 중국이 하는 일이 대체로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현실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축통화 달러가 흔들리면 가장 곤란해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국제화되지 않는 통화(원화)를 갖고 있는 데다 모든 것을 달러 경제권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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