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4류 정치가 삼성 뒷다리 잡고 있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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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4류 정치가 삼성 뒷다리 잡고 있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뒷북이다. 그래도 기록은 해야겠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얘기다. 고 이건희 회장의 49재(齋)가 지난 12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치러졌다. 49재는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후손들이 정성을 다해 재를 올리면 그 공덕에 힘입어 보다 좋은 곳에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걸 믿고 행하는 제례의식이다. 49재의 의미로 보면 이건희 회장은 이제 이 세상에 남긴 회한(悔恨)을 잊고 윤회의 길로 들어섰다.

이건희 회장이 이 세상에 남긴 회한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선대인 이병철 회장의 회한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이병철 회장의 3대 한(恨)으로 사람들은 △미풍이 미원을 꺾지 못한 것 △석간으로 발행되던 중앙일보가 같은 석간이었던 동아일보를 이기지 못한 것 △삼성 가전이 금성 가전을 넘어서지 못한 점을 든다.

이병철 회장의 3대 한(恨)은 그러나 이건희 회장 대에서 풀렸다. 이병철 회장 시절인 80년대 초반부터 제일제당은 미풍을 대체한 '쇠고기 다시다'로 미원의 아성을 깨기 시작했고, 이건희 회장 대에서는 비록 계열 분리가 됐지만 CJ제일제당은 미원을 만들어내던 대상을 크게 앞서 나갔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계열 분리가 된 상태이지만 석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쟁은 조간으로 넘어와서도 계속 되고 있다. 일단 매출액으로만 보자면 중앙일보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가전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에 있는 부문이지만, 덩치로 봤을 때 삼성 가전이 LG 가전보다 좀더 크다는 점에서 넘어섰다고 얘기하는 것이 사실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건희 회장의 3대 한'에 대해선 아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옛 출입기자 입장에서 정의를 한다면 △자동차 사업 포기 △도곡동 삼성타운 건설 무산 △4류 정치 아래에서의 사업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건희 회장의 결단으로 진출했고, 포기한 자동차 사업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 외환위기 때문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두루뭉술한 정리다.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전장 사업이 그 한을 달래고 있다. 도곡동 삼성타운 건설은 사실 이건희 회장의 '복합화 철학'을 실현하고자 했던 프로젝트이다. '제품의 복합화'도 중요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임원들이 한꺼번에 모여 회의하고 토론하면 중복 투자·R&D도 막고, 서로 자극 받으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볼 수 있다는 일종의 '사고 복합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무산되고 타워팰리스가 들어섰지만, 서초동에 삼성타운이 건설돼 '복합화 철학'은 이어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한이 터럭만큼도 풀리지 않고 있는 게 삼성이 여전히 4류의 정치 아래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류 기업이 조금이라도 앞서 가기 위해 피·땀·눈물을 쏟고 있는데 4류 정치가 뒷다리를 잡고 놓지 않고 있다.

'공정경제3법' 중 먼저 통과된 상법을 보자. 완화되긴 했으나 이른바 '3%룰'은 기업 경영도 '민주적으로' 하자는 말이다. 거칠게 얘기하면 감사위원 뽑을 때 나도 1표이니 너도 1표만 '민주적으로' 행사하라는 취지다. 반도체 투자 같은 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감한 결정은 이제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결사 반대를 외친 사람들 부류가 감사위원이 돼 수 많은 자료를 기업에 요청하며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더 치명적인 건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상속세 자체는 넘어설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반영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피하는 방법을 만들면 또 다시 옥죄는 법을 만들 것이다. '윤석열 출마 방지법'까지 나올 정도이니 얼마든지 개혁, 공정과 민주의 이름 아래 이 같은 법은 만들어질 수 있다. 4류 정치는 여전히 삼성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 그 어디도 없는 81재(齋)라도 지내야 될런지 모르겠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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