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나를 물로 보지마"…`生水대왕` 중산산](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10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나를 물로 보지마\"…`生水대왕` 중산산")
상장 첫 거래일인 지난 9월 8일 농푸산취안은 공모가보다 85.12% 폭등한 39.80홍콩달러(약 5567원)에 거래를 시작해 53.95% 상승한 33.10홍콩달러에 장을 마쳤다. 11월 17일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44.2홍콩달러(약 6182원)를 찍었다. 주가는 11월 한달동안 20% 넘게 올랐다. 중산산은 농푸산취안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텅쉰망(騰訊網)에 따르면 현재 그의 재산은 640억 달러(약 69조3824억원)에 달한다. 중국 부호 순위 1·2위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과 텐센트 공동창업자 마화텅(馬化騰)을 가뿐히 제쳤다.
이른바 '마(馬) 씨의 전성시대'를 끝내고 '중(鍾)씨의 새 시대'를 열은 중산산은 1954년 저장성(浙江)성 주지(諸기)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을 풀이하면 '빛난다'는 뜻이다. 부디 성공해 인생을 빛내라는 부모의 바람이 담겨있는 이름이다. 그의 부모는 지식계층이었다. 비교적 좋은 가정 조건으로 그는 유년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다. 하지만 1966년 문화대혁명이 일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부모는 우파(右派)로 몰려 직장에서 ？겨나는 등 박해를 받았다. 그 여파로 중산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거의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중산산은 미장이 등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대학 입시가 부활되자 시험을 봤으나 두 번이나 실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7년 저장광보뎬스(浙江廣播電視) 대학에 들어갔고 졸업 후 장난(江南)이란 잡지사를 거쳐 저장르바오(浙江日報)에서 5년 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그는 신문사 농촌부에 발령받았다. 이 기간 농촌지역 80여개 현·시(縣·市)를 방문해 취재했다. 여기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이 친구들은 후에 그의 창업에 큰 힘이 되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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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사업을 펼치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두고 경제특구가 설치된 하이난(海南)으로 내려갔다. 버섯 재배·판매를 했으나 버섯이 하이난의 기후환경과 맞지않아 실패했다. 노점도 차렸으나 손해를 보면서 가진 돈을 모두 날렸다. 하지만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1990년, 지금은 중국 최대 식음료 회사가 된 와하하(娃哈哈)의 하이난 대리상이 됐다. 군에 음료를 납품하면서 사업기반을 다져나갔다. 그러다 건강식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난 사람들이 즐겨먹는 자라탕을 좋아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하이난양생당'(海南養生堂)이란 건강식품회사를 창립했다. 자라 성분이 들어간 환(丸)을 만들어 1000만 위안(약 16억6250만원)이란 큰 돈을 벌었다.
이 돈을 밑천으로 저장성 항저우(杭州)로 돌아가 눙푸산취안을 설립해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때가 1996년이었다. 당시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물에 대한 대중들의 수요가 커질 때였다. 중국에서 물이 깨끗한 것으로 이름난 항저우의 쳰다오후(千島湖)에서 채수해 생수를 만들었다. 값싼 증류수 상품이 아닌 천연수 상품 판매를 고수했다. '질 좋고 맛있는 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대박을 쳤다. '깨끗한 물'을 파는 기업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순식간에 중국을 대표하는 '물 브랜드'로 부상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질 문제와 관련된 소송에 휘말리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해내고 쾌속성장을 계속했다. 2012년말 눙푸산취안의 매출은 100억 위안(약 1조6625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눙푸산취안은 중국 생수시장 점유율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9년 매출은 240억 위안(약 3조99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해보면 실적은 안정적이다. 특히 생수 사업은 이익률이 매우 높다. 상장을 위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생수 제품의 수익률은 무려 60.2%다. 2위안(약 333원) 하는 생수 한 병을 팔면 1.2위안의 이익이 남는 것이다. 장래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중국의 IT 산업과 달리 중국 전역에서 광범위한 판매망을 갖추고 확실하게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주가를 계속 오르게 만들고 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은 희대의 사기꾼이었지만 지금은 합법적으로 '물'이 큰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덕분에 '중국판 봉이 김선달' 중산산은 돈방석에 앉았다. 성공한 중산산은 이름 그대로 찬란하게 빛난다. 하지만 물장수의 '장삿속'에 소비자들만 '봉'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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