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DT현장] 아마존 파고, 배수진을 쳐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2402102269727001[1].jpg "[DT현장] 아마존 파고, 배수진을 쳐라")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던)쿠팡도, (콘텐츠·결제·금융사업의 한국형 알리바바)네이버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춘추전국시대인 국내 e커머스시장은 양대 강자인 쿠팡·네이버가 파이를 확대해 왔다. 경쟁사들은 "아마존이 통신사(11번가의 모회사 SK텔레콤)와 손잡은 건 ICT기반 빅테크기업이라는 거겠죠. 11번가와 아마존이 정말 유기적으로 돌아갈지는 의구심이 드네요. 지각변동일지 찻잔 속 태풍일지는 지켜볼 일이죠"라며 애써 담담한 반응이다.
아마존은 왜 닮은꼴인 쿠팡·네이버를 두고 11번가를 택했을까. SK그룹에게 '커머스'는 미운오리새끼라고 생각되던 적이 있었다. SK는 지난 2017년 신세계·롯데와 11번가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아마존이 이런 11번가를 선택한 것은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의 '빅데이터'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많다. 쇼핑데이터는 금융사들도 눈독을 들이는 부분이다. 한 금융사 임원은 "카드사 데이터는 가맹점만 나오기 때문에 품목을 볼 수 있는 쇼핑데이터는 매우 유용한 정보"라고 말했다.
한국 셀러들 역시 11번가가 제공할 아마존 직구 서비스 방식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11번가가 아마존의 인기 직구상품을 국내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가, 국내 고객이 주문할 때 즉각 배송한다면 언어나 배송 시간 ·관세·환불 및 사후 처리 등 기존 직구의 불편함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어 매우 강력한 장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여행이 막힌 코로나 시대에 직구족은 급증하고 있다. 직구로 물건을 구입하는 곳의 절반 가까이는 미국에 있는 쇼핑몰이다. 11번가와 글로벌 전자상거래 1등 플랫폼 아마존의 협업으로 유통가에는 '초저가 바람'이 불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대형 TV를 비롯한 고가 전자제품들의 경우 해외 직구시 최대 100만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유통플랫폼 뿐 아니라 제조사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e커머스 공방전을 보는 관전 포인트는 넷플릭스·유튜브처럼 아마존이 국내시장을 얼마나 잠식할지가 아니다. 국내 e커머스기업들이 아마존의 거센 파도에 맞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지다. 롯데·신세계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아직 내수시장에 머물고 있다. 사드보복으로 인한 롯데의 중국사업 철수는 롯데쇼핑 쇠락의 한 이유가 됐다. 12월 오픈마켓에 본격 뛰어드는 쓱닷컴·롯데온의 존재는 아직은 오프라인 위상에 비하면 안타까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유통 대기업들의 뚝심 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미 물류와 배송, 빅데이터 강화에 나섰다. 디지털로 재도약한 월마트처럼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커머스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유통업계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활발하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지분제휴를 하고, GS리테일은 GS홈쇼핑을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레드오션 속 출혈경쟁으로 얼룩진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은 시장규모 통계작성이 시작된 근 20년 사이 부침을 거듭해왔다. 이번 아마존이라는 유통 거인의 등장으로 국내 커머스 시장에는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마존은 실리콘밸리에서 싹튼 기업은 아니지만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해 왔다. '빨리 실패하고, 일찍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fail fast, fail early, fail often)'는 정신으로 커 온 이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보일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아마존의 출현이 국내 기업들의 쇠락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역량을 총망라한 초대형 국내 커머스 기업 탄생의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심화영기자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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