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
신한은행, DB·DC·IRP 수익률 1위 싹쓸이…하나은행 선전
'쥐꼬리' 오명을 듣던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해 들어 대폭 개선됐다.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올 초 급락했던 증시가 반등한 효과라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까지 12개 은행의 수익률이 지난해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수익률(직전 1년간)은 2.45%로 나타났다. DGB대구은행(2.1%), 하나은행(2.08%), NH농협은행(2.05%), KB국민·우리은행(2.04%), KDB산업은행(2.03%) 등 7개사가 수익률 2%를 넘었다. 지난해 3분기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제주은행(1.83%)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퇴직연금은 예·적금과 보험상품이 포함된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높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은행권의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4~1.8%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익률이 반등한 건 코로나19로 폭락했던 증시가 하반기 들어 꾸준히 회복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1700선에 불과했지만 3분기말에는 2300선을 돌파했다.
특히 자산운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은행이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해보다 0.65%포인트 수익률이 오른 신한은행은 원리금 비보장 가입액이 전체의 28%(1조4725억원)에 이른다. 하나은행도 26%(1조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수익률 하위권인 BNK부산은행(17%)이나 IBK기업은행(8%) 비보장 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원리금 비보장액이 많다는 건 주식 등 변동성 자산의 비중이 높다는 의미"라며 "올해 시장 상황을 볼 때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금융사가 높은 수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형 IRP 수익률도 신한은행(2.27%)이 가장 높았다. 개인형 IRP는 근로자가 이직하거나 퇴사할 때 받은 퇴직금를 본인의 계좌에 적립해 추후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어 하나은행(2.22%), KDB산업은행(2.13%), DGB대구은행(2.07%) 순으로 집계됐다. 제주은행(1.42%), IBK기업은행(1.63%), 우리은행(1.71%)은 낮게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그룹 차원의 퇴직연금 조직을 만드는 등 운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올해는 채권 등 안전 자산이 많은 타 은행보다 주식 비중이 높아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입자 대부분이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해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맞춤형 컨설팅이나 수익률 관리 프로그램 등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회사에서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형)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았다. 가장 높은 신한은행이 1.84%에 불과했고, 하나은행(1.7%), 국민은행(1.62%), 우리은행(1.61%) 등이 1%대에 머물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