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오는 12월로 또 연기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소송 결론을 기다려야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합의 가능성이 커졌다.배터리 업계에서는 양사가 조속히 합의해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K-배터리'가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을 오는 12월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5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다가 이날로 판결일을 미룬 ITC가 45일 더 일정을 미룬 것이다.
◇'극한 대립' 에서 화해가능할까=소송이 장기화되며 평행선을 달리던 양사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판결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소송건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여온 SK이노베이션 측의 태도 변화가 컸다. 평소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이 억지·왜곡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이날은 합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전 4시경 ITC가 일정 연기를 알리자 SK이노베이션 측은 오전 5시 50분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이 발표된지 약 1시간 30분 후 LG화학도 입장문을 내고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화답했다.
이처럼 양측이 합의 가능성을 내비치자 배터리 업계에서도 이를 반기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양사의 소송이 빨리 마무리 돼서 한국 배터리 업계가 몇몇 악재를 딛고 다시 위상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0' LG화학 부스.
◇SK 美 일자리 창출이 영향?…LG "코로나 영향일듯"=거듭되는 ITC의 일정 연기에 대해서는 양사의 의견이 엇갈린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최종 결정 연기에 대해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알 수 없다"며 "ITC 위원회가 앞서 1차로 21일 연기한데 이어 추가로 45일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 위원회가 본 사건의 쟁점을 심도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추정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이 판결을 내리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일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이 소송에서 패소하면 최악의 경우 회사의 미국 배터리 사업이 무산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투자하기로 예정돼있는 금액은 총 26억 달러(약 3조원)이며, 조지아주 공장의 채용 규모는 2000명에 달한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이미 폭스바겐,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과 대규모 배터리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SK측이 패소하면 폭스바겐, 포드 등의 전기차 배터리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
반면 LG화학은 이번 연기에 대해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LG화학 측은 "최종결정 연기와 관련해서는 최근 두차례 연장되는 다른 케이스들이 생기고 있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3월 이후 현재까지 ITC가 직접 최종결정 시점을 연장한 건은 총 14건"이라며 "연기된 14건 중 9건의 소송에 대해 최종 결정이 내려졌고, 모두 피조사인이 관세법337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