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카카오와 전략 차이로 합작 실패
삼성생명, 핀테크와 첫 보험데이터 제휴
마이데이터 인가, 뱅크샐러드 전략 등 변수 작용할 듯
삼성화재와 카카오의 합작법인 설립이 무산된 가운데 삼성생명이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와 데이터 교류를 추진하면서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화재나 삼성생명이 업권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서 상호협력 관계가 유지될 지 주목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4일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와 금융데이터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생명이 타사와 데이터 교류 협약을 맺은 것은 뱅크샐러드가 처음이다. 그 만큼 뱅크샐러드의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삼성생명은 "뱅크샐러드는 보험을 제외한 은행, 카드 등에서 고객이 풍부해서 교류에 따른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제휴 배경을 밝혔다. 뱅크샐러드는 누적 다운로드 500만에 신용카드와 은행상품, 증권사 상품 추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생명 입장에서 뱅크샐러드 이용고객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신규 고객 유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삼성생명과 뱅크샐러드 간의 데이터 교류는 제3자 정보제공 동의를 얻은 정보에 국한된다. 뱅크샐러드에 가입한 고객이 정보제공 동의를 하면 은행, 증권, 카드 등 타 금융권의 가입현황 정보가 삼성생명에 전달되는 식이다. 삼성생명 역시 고객의 동의를 얻은 후 가입상품과 보험료 등의 정보를 뱅크샐러드에 제공한다.
삼성생명은 이번 교류로 디지털에 익숙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보장분석 컨설팅,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 등 업무 전반을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고객이 유입되면 보험설계사의 영업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입장에서는 카드, 은행, 투자, 대출, 연금 등으로 한정된 서비스를 보험으로 확대하고, 삼성생명 가입고객을 새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사업 전략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처럼, 데이터 제휴가 애초의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하반기 '삼성화재·카카오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사업 방향에 대한 이견으로 갈라섰다. 삼성생명과 뱅크샐러드 간의 업무제휴도 시작 단계라서 향후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인가나 제휴범위를 놓고서 이견이 벌어질 수 있다. 제휴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핀테크 특성상 뱅크샐러드가 삼성생명과의 단독 교류로 머물 지 미지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데이터 교류 협의는 진행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데이터 교류의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