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 상흔 있지만… "폐업률 제로, 충남민심 업고 희망 날갯짓"

타지역 비해 감염자 적지만…정부 지원사업 지연·'백마강달밤 야시장' 타격
지역민들 골목 살리기 똘똘… 상인들도 "폐업 없다" 합심 상권 그나마 유지
'신동엽 시인' 먹자거리 융합 특화아이템 계획…"코로나 하루빨리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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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 상흔 있지만… "폐업률 제로, 충남민심 업고 희망 날갯짓"
코로나19로 점심시간을 갓 넘은 시간임에도 지나가는 행인들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여 원조 먹자골목 전경.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 상흔 있지만… "폐업률 제로, 충남민심 업고 희망 날갯짓"


부여 원조먹자골목

'원조 먹자골목'이라는 단어가 무색했다. 부여 명물로 유명하다는 '부여 원조먹자골목'은 관광객이 급감하다보니 이곳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한 두 사람의 행인이 보였지만, 만나본 결과 이곳 상인이거나 직원들이었다.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상인들이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 지 막막해 보였다.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적었다는 데도 그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코로나 19로 우리 골목상권 상인들의 고통이 고요한 적막에 감춰져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12시 20분 도착한 부여 원조 먹자골목의 인상이었다. 총 43곳의 상가가 들어선 이 골목은 평소 같으면 점심시간이라 한창 손님들로 붐빌 시간이었기에 그 적막감은 더 커 보였다. 상점들은 에어컨을 꺼 놓거나 아예 철문마저 내린 상태였다. 무질서하게 주차된 자동차들을 단속하는 사람마저 없었다.

김덕환 부여 원조 먹자거리 번영회 회장은 "한 마디로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일"이라며 "그나마 배달이나 포장을 하는 음식점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매장이 작고 대면 손님을 맞는 음식점은 매출에 심각할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부여 내 다른 상권은 폐업하는 곳도 많고 심지어 사업장을 버리고 야반도주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방역 강화가 이곳 부여 상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상인은 "수도권에서 일부로 부여까지 와서 식사를 하거나 농수산물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며 "그런데 수도권 방역이 강화하면서 이제는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 사실 와도 걱정이고 안 와도 걱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충남 관광 명소, 정부도 애착 가진 상권이었는데= 부여군은 확진자가 낮은 지역 중 한 곳이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1일 기준 부여군 코로나19 확진자는 15명, 자가 격리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수도권 지역에선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시행했지만 여기는 이전처럼 2단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준 타격은 컸다. 그리고 이곳 상인들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상실감을 느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여 원조 먹자골목은 코로나19가 급습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여를 대표하는 상권 중 한 곳이었다. 10분 이내 거리에 외부 관광객을 맞는 유일한 고속도로터미널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한 상인은 "많을 때는 관광버스 10대가 한꺼번에 몰려왔다"며 "바로 길 건너편에 대규모 재래시장이 위치해 있지만 맛집으로 통한 이곳을 먼저 찍고 건너편 중앙시장으로 장을 보러 갔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부 지원사업도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4월 원조 먹자골목을 '지역골목경제 융·복합 상권개발'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행안부와 부여군이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을 투입해 원조 먹자골목을 신동엽 문학관과 융합해 '시인, 만(맛)나다'라는 주제로 상권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원조 먹자골목은 신동엽 시인 생가와 통한다. 관광객은 음식을 먹고 자연스럽게 신동엽 생가와 문학관을 관람할 수 있다. 정부가 문화와 맛집을 연계해 사업을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초엔 사업이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실행 사업이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는 상권개발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이마저 쉽지 않다.

부여의 또 다른 명물, 원조 먹자골목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백마강 달밤 야시장'은 초토화 상태다. 행안부 '야시장 조성 및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곳 야시장은 부여군민과 관광객들을 하나로 묶는 커뮤니티 문화광장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2014년 첫 개장한 이후 작년까지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한시적으로 문을 개방해 타지에서도 입소문이 날 정도였다. 특히 2018년엔 전년대비 수익이 30%나 증가해 회당 1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운영예산 대비 2.5배에 달하는 매출 규모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행안부로부터 '야시장 활성화 지원공모 사업'으로 채택돼 4억원의 사업비를 추가 지원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야시장 운영을 중단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장담할 수 없다.

이치영 부여군상권활성화재단 대표는 "골목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여 원조 먹자골목과 야시장은 외부 관광객을 유입하는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며 "그런데 코로나19로 맥이 끊기게 돼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폐업률 제로,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쉽지 않지만 그대로 이들 상인들은 희망을 품고 있다. 감염병이 확산한 지 벌써 수개월이 흘렀지만 이곳 상권에서 폐업을 신청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상인들끼리 똘똘 뭉쳐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역 군민들의 노력이 컸다.

지역 내 상인은 "주말이나 평일 저녁이 되면 지역 주민들이 일부로 식사를 하러 찾아와준다"면서 "예년에 비해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이유는 이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부여지역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지역 화폐 이용률이 70%에 달한다"며 "상대적으로 내수가 좋은 편이어서 지역 상권도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달라질 상권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시기가 조금 늦춰질 뿐 원조 먹자골목은 곧 새 옷을 갈아입게 된다. 신동엽 시인과 먹자 거리라는 테마를 융합한 '시인 만(맛)나다'를 통해 문화와 음식이 연계된 조형물 설치, 옥외광고물 등 디자인 개선, 지역 화폐 연계 골목 도시락 공간 조성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좁고 낙후된 도로는 반듯하게 정비되고 일방통행 등 통행체계 개선을 통해 좀 더 쾌적하고 안전한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상권 내 상인은 "골목상권이 개선되고 야시장도 다시 문을 열게 된다면 이곳은 또 다시 부여의 명물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라며 "힘들지만 희망만큼은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여/글·사진=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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