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전월세 거래절벽이 심화됐다. 특히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사례가 늘면서 순수 전세는 줄고 반전세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월세 물량 품귀 속에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오르고 있어 세입자들의 부담이 점점 커질 전망이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1∼30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임대차 계약은 6078건으로 7월 1만1600건과 비교하면 약 48% 감소했다. 경기도는 8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가 8154건으로 7월 1만7065건에 비해 52.2%나 급감했다.
서울과 경기도의 전월세 거래가 급감한 이유는 올해 하반기 예고됐던 공급 부족과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시행된 새 임대차 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새 임대차 법이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5% 수준에서 올려주고서 2년 더 거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저렴한 재건축 아파트는 6·17대책 발표로 집주인들이 분양권을 받으려 2년 직접 실거주하면서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췄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8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의 비중은 14.3%(868건)로 올 들어 최고치다. 반전세(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형태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의 반전세 비중이 7월 14.4%에서 8월 42.8%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송파구를 비롯해 강남구 15.6%, 서초구 14.0% 등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오른 강남 3구와 강동구 14.0%, 마포구·관악구 14.9%, 성북구 16.4% 등에서 반전세 비율이 높았다. 반전세 비중이 높아지는 사이 순수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월 74.1%에서 7월 73.1%, 8월 72.7%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보유세 인상으로 세금 부담이 커진 것도 반전세가 늘어나는데 영향을 줬다.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는 원래 귀했는데, 보유세 인상 뉴스가 나온 뒤 전세 물건을 들이고 보증부 월세로 돌려달라는 집주인이 있었다"며 "수십만원이라도 월세를 받아 세금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반전세 보증금과 월세도 함께 오르고 있다. 집주인들이 4년 뒤를 생각해 임대차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고,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생기면서 월세도 함께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삼성 전용면적 97.35㎡는 지난달 13일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월세 130만원에 임대차 거래됐는데, 이달 4일 보증금 8억5000만원에 월세 140만원에 계약서를 써 보증금 1억원, 월세 10만원이 올랐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8㎡의 경우 지난달 24일 보증금 6억원에 월세 9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했는데 지난 20일 보증금 6억원에 월세 140만원에 거래를 마쳐 월세 50만원이 뛰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정부의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됐다. 서울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 게시물에 반전세 매물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