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100년만의 대홍수… 洗足한 러산대불](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27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100년만의 대홍수… 洗足한 러산대불")
옛날부터 이 지역은 수해가 잦았다. 물살이 거세 배가 자주 전복됐고 비가 왔다하면 강은 범람했다. 능운사(凌雲寺)의 해통(海通) 스님은 이를 안타깝게 여겼다. 당(唐) 현종(玄宗) 개원 원년인 713년, 해통은 수해로 고통받는 백성을 구하고 수운(水運)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미륵 불상 건립에 나섰다. 능운사와 인접한 벼랑에 석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의 시주, 기부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많은 대불(大佛)들이 국가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러산대불은 오로지 민초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건립 공사는 순탄치 않았다. 안록산(安祿山)의 난, 사사명(史思明)의 난이 잇달아 터지면서 공사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그 사이 해통 스님은 입적했고 785년 쓰촨지방의 절도사가 된 위고(韋皐)가 건설을 이어받았다. 위고는 이 불상이 토번(吐蕃·지금의 티베트)의 침입을 물리쳐줄 것으로 믿고 공사에 박차를 가했다. 당 덕종(德宗) 19년인 803년 마침내 대불이 완공됐다. 90년의 세월이 걸렸다. 공사를 하면서 나온 대량의 잔돌과 토사를 강에 투입함으로써 강바닥이 얕아져 해통 스님의 의도대로 수해는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대불은 장엄하고 신비로웠다.'대불상각'(大佛像閣)이라는 이름의 13층 목조 누각으로 대불을 덮었다. 법의(法衣)에는 금박(金博)을 입혔고, 몸체에는 주홍색을 칠했다. 설계도 정교하다. 빗물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배수구가 대불 곳곳에 있고, 대불 표면에 주름을 만들어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했다. 그러나 누각은 명(明)대 말기에 소실됐다. 금박과 주홍색도 세월이 흐르면서 떨어져나가고 바래졌다. 대불은 차츰 잡초에 덮여 갔다. 1962년이 되어야 본격적인 복원이 시작됐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100년만의 대홍수… 洗足한 러산대불](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27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100년만의 대홍수… 洗足한 러산대불")
대불과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대불이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면 큰 재난이 닥친다는 것이다. '대약진 운동'의 처참한 실패로 1959~61년 대기근이 일어났을 때 눈을 감았고, 1976년 25만명 이상이 사망했던 탕산唐山)대지진 때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부 당국은 이를 산성비의 화학작용으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설명한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나라에 큰 일이 생기기 직전에 땀을 흘리는 경남 밀양의 사명대사 표충비가 그것이다. 또한 대불의 발까지 물에 잠기면 러산시 전체가 물에 잠긴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쓰촨성의 기록적인 폭우로 지난 18일 대불의 발가락이 물에 잠겼다. 이는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7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물이 좀 빠졌으나 다시 잠길 조짐이 보이자 주변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대불 보호에 나섰다. 부처 발등이 있는 부분은 평소의 강 수면보다 상당히 높다. 이를 보면 이번 홍수의 규모를 알 수 있다. 100년만의 대홍수다.
최악의 이번 수해로 600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죽은 사람도 수백명에 이른다. 사람 목숨은 나라를 막론하고 모두 귀중하다. 1300여년 전 해통 스님의 기원대로 이번에도 부처의 가호가 깃들기를 바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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