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근간 핵심시스템으로 발전… 전혀 새로운 판 깔리는 것
사행성 기술 낙인 벗어나 확산전략 통해 가능성 제대로 검증
최적 합의 알고리즘 개발… 자동거래 가능 보안 취약 개선도
사행성 기술 낙인 벗어나 확산전략 통해 가능성 제대로 검증
최적 합의 알고리즘 개발… 자동거래 가능 보안 취약 개선도
![[`디지털-뉴노멀`의 미래를 묻다] "블록체인 `월드퍼스트` 될 절호의 기회… 우리 기술로 제대로 승부"](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2502100551650002[1].jpg "[`디지털-뉴노멀`의 미래를 묻다] \"블록체인 `월드퍼스트` 될 절호의 기회… 우리 기술로 제대로 승부\"")
(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
⑤ 김종현 과기정통부·IITP 블록체인 PM
"블록체인이란 새로운 정보고속도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모두가 똑같이 출발선 상에 있다. 한국이 월드 퍼스트가 될 기회다. 기술에 대한 그동안의 오해를 깨고 제대로 준비해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김종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 블록체인 PM은 "5년 정도 후면 글로벌을 포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완성되고, 산업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미션 크리티컬) 시스템을 대체할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뀌고, 휴대폰에 PC가 들어간 것과 맞먹는 변혁이 현실화되고, 전혀 새로운 판이 깔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현 PM은 서울대(학·석사)와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삼성SDS와 언스트&영, IBM에서 IT와 보안산업 현장에서 활약했다. 이후 국민은행 정보보호본부장,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과기정통부·IITP PM을 역임하고 있다.
◇국가 블록체인 전략 가속도=정부는 올해 들어 블록체인 기술개발 및 도입전략을 잇따라 발표하며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범부처 '블록체인 기술 확산전략'을 확정한 데 이어 같은 달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1133억원을 투입해 △합의기술 △스마트 콘트랙트 보안 기술 △분산신원증명 기반 개인정보처리·신원관리기술 △데이터 주권 보장 데이터 관리 기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확산전략은 투표, 기부, 사회복지, 디지털화폐, 부도안 등 7대 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분산신원증명(DID)을 확산시키는 게 골자다. 가상화폐 투자 과열로 사회적 논란을 빚으며 사행성 기술이란 낙인이 찍혔던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고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PM은 "블록체인은 세계적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양대기술로 평가받는다"면서 "가상화폐 논란으로 투자가 위축됐는데, 최근 R&D사업 예타가 통과하면서 관련 업계가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같은 기술종속 되풀이해선 안돼"=블록체인은 활성화를 앞둔 준비단계로, 이 시기에 우리나라가 제대로 뛰어들지 않으면 글로벌 리더십은 요원하다는 게 김 PM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분야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스마트폰 생태계를 구글 안드로이드에 종속당한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 기술이 없으면 안드로이드처럼 라이선스료를 내고 종속관계가 이어지게 된다"면서 "일부 회의론자는 지금 블록체인 킬러앱 있느냐고 말하는데, 킬러앱은 시기상조이고, 아직 주도세력이 없을 때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고, 블록체인은 리스크가 아니라 미래 사회와 산업을 바꿀 파괴적 기술"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절대강자가 없고, 모두가 출발선에 있을 때 뛰어들면 한국이 충분히 세계 1등을 할 기회가 블록체인에 있다는 것. 투기로 정당성이 퇴색했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김 PM의 확신이다.
그는 "2017년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량 중 10%가 한국이었다. 우리가 글로벌 1~2%가 넘는 산업이 없다는 점을 보면 주목할 만한 수치"라고 말했다. 시장규모가 작아서 테스트베드도 되기 힘든 나라에서 제대로 승부를 걸 만하다는 것이다.
당초 5000억원 이상 신청한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이 예타를 거쳐 1133억원으로 규모가 줄었지만 고사해 가던 기업들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액수라는 게 김 PM의 판단이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ICO(암호화폐공개)가 금지돼 벤처캐피털 투자 외에는 투자유치 수단이 없다 보니 해외 기업들에 비해 열악한 운동장에서 뛰고 있다. 2017년 마지막 ICO를 끝으로 국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버티기를 해 왔다.
◇4개 분야, 9개 과제 추진=과기정통부와 IITP는 사업단을 통해 4개 분야, 9개 과제에 내년부터 착수한다. 먼저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네트워크 참여자가 늘어날 때 합의 처리속도가 느려지고 비용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적화된 합의 알고리즘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에서 자동거래를 가능케 하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안 취약점을 개선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블록체인 상에서 신원을 증명하는 DID(분산신원증명) 서비스를 제공할 때 생체기술을 적용해 개인 키를 복구하고 영지식증명 등으로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기술 개발에도 도전한다. 영지식증명은 블록체인에서 거래를 할 때 상대방에게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저장용량이 작은 블록체인의 약점을 보완해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김 PM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5년 후 리딩 솔루션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DID는 블록체인이 가장 잘 하는 분야인 민큼 킬러앱 후보로 꼽힌다"고 밝혔다. 탈중앙화 신원증명을 통해 개인이 자기정보에 대한 주권을 가지고 인증에 활용하는 만큼 가치가 크다는 것.
국가인증체계도 DID 방식으로 바뀌고,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이 TCP/IP 프로토콜로 연결됐듯이 DID도 글로벌이 연결될 것이라는 게 김 PM의 예상이다. 이에 대비해 국내에서 표준화하고 연결하는 것부터 시작해 글로벌 표준화와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 PM은 "분야별로 각각 다른 인증 플랫폼을 쓰면 국민 혼란과 불편이 큰 만큼 과기정통부, 행안부, 금융위 등이 각 영역에 기술을 도입하되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세워 통일된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을 모르면 정책이 나올 수 없는 만큼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김 PM의 생각이다.
◇"블록체인으로 인터넷 세상 한번 더 도약"=신기술이다 보니 과기정통부와 IITP는 블록체인의 기술정의와 분류작업부터 하고 있다. 이제 10년 된 블록체인은 60~70년 된 인공지능의 50년 전이라고 보면 된다고 김 PM은 설명한다.
그는 "블록체인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기반 기술"이라면서 "인터넷이 전 세계의 컴퓨터를 연결했다면 블록체인은 컴퓨터 안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기술로, 인터넷의 혁신을 가능케 하는 두번째 퀀텀점프"라고 말했다.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이 서로 다른 시스템을 쓰더라도 신뢰성 있는 블록체인 원장으로 연결해 거래하고, 서로 다른 조직이 데이터를 연결하는 표준이 될 것이라는 것.
아직 완성되지 않고 보완할 점이 있지만 영지식증명, 동형암호 등을 활용한 권한제어와 암호화를 통해 단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용량과 속도한계도 기술 발전을 통해 극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PM은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모두 위험하다고 했지만 지금 일상이 됐듯이, 누군가가 앞서 채택하고 기술개발과 투자가 이어지면 블록체인 시대도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규제 안에서 할 수 있는 블록체인만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겠다"면서 "이제 첫발을 뗀 만큼 월드 퍼스트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김종현 PM은=김종현 PM은 서울대 기계공학과 학·석사를 거쳐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전공한 수학·통계학·보안 전문가다. 학·석사 과정에서는 주로 수학을, 박사 과정에서는 통계학과 최적화를 연구했다. 두 분야 모두 보안과 연관이 큰 영역이다. 삼성SDS와 언스트&영, IBM 등 IT기업에 몸담으면서 신사업과 보안 분야를 담당한 그는 국민은행 정보보호본부장,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를 지내며 보안 적용현장과 교육·연구현장도 경험했다. 이후 2018년부터 과기정통부·IITP PM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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