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그들은 왜 저항할 수밖에 없나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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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그들은 왜 저항할 수밖에 없나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죽음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통보 받게 되면 다음과 같은 심리적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부정(Denial), 분노(Anger), 협상(Bargaining), 우울(Depression), 수용(Acceptance)의 다섯 단계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obler-Ross, 1926-2004)가 1969년에 쓴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에서 처음 언급했다고 한다. 영어 첫 머리 글자를 따서 DABDA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요즘 필자가 이 꼴이다. 부정(Denial). 서울중앙지검이 '검언유착'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을 씌워 채널A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아니야, 이럴 리 없어. 오보일 거야'라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다.

진중권 전 교수의 페이스북 글처럼 "사기꾼 지모씨가 최강욱-황희석과 꾸민 '작전'"에 MBC가 동원된 "사태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김동현 부장판사의 판단은 완전 달랐다. 그는 영장 발부 이유를 법에도 없는 '검찰과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라고 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분노(Anger). 지금 부정을 넘어 분노의 단계에 다다른 것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피해자를 웃는 낯으로 조롱하고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이동형, 박지희라는 사람에 대해서다.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숨어서 뭐 하나", "4년 간 뭐하다 이제"라는 말을 할 수 있나.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겠다. 이 분들은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한 라디오를 통해 지금도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협상(Bargaining).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부정과 분노를 넘어 협상 단계에까지 다다른 것 같다. 판결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고 오히려 소수 의견이 더 합리적이다. 선거법상 허위사실엔 적극적 허위사실과 소극적 허위사실이 있다는 대법원의 친절한 설명은 불편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 김경수 재판, 조국 재판이 대법원까지 갔을 때 나올 '창조적 논리'는 또 어떨 것인지 우려된다. 대법원 판결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절망하지만, '족쇄'를 벗어난 이 지사가 '친문(親文)' 아닌 독자 행보를 걷는 듯한 모습을 보니 "그나마 낫네" 정도로 스스로의 마음과 협상을 하고 있다.

우울(Depression).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국, 유재수 감찰무마 직권남용 의혹' '조국·정경심 재판' '라임·옵티머스 사태' '4·15 부정선거 의혹' 등 각 개별 사안마다 '핵폭탄급' 위력을 갖고 있는 일들이 켜켜이 쌓여 가기만 하고 '고구마 진행'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잊혀지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다른 사안이 터질 때마다 상기시켜주니 우울증 약이라도 복용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부정, 분노, 협상을 넘어 이제 우울증 단계에 들어선 모양새다.

수용(Acceptance). 이 정부 들어 내놓고 있는 부동산 대책을 보는 것은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마이크 꺼진 줄 알고 어느 여당 의원이 내뱉은 '부동산, 이게 어제오늘 일인가'라는 말처럼 뭘 내놓던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에 다다랐다. 산술적으론 임기 말까지 40개 정도의 대책이 나올 수 있으니 앞으론 그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그러려니 할 심산이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등을 지나며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감정들 때문에 지쳤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돌아보고 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건 나인 것 같은데, 시대는 아니라고 하고 있으니 지쳐서 그냥 받아들이기엔 오기가 생긴다. 수용(Acceptance)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저항(Resistance)으로 바꿔볼까 싶다. 운(韻)을 맞춰 공격(Attack)으로 하기엔 심한 것 같고. '징벌적 부동산세(稅)'에 대해 조세저항에 나서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DABDR.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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