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막바지로 향해가는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또다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최초 제출한 최저임금 삭감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다"고, 경영계는 "일자리 유지를 위한 최저임금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각각 맞섰다.
최저임금위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6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앞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원과 8410원을 제출했다. 이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이날까지 최저임금 1차 수정안 제출을 요청했다. 이틀 전인 7일 5차 전원회의 당시 수정안 제출을 요청했으나, 노사 모두 제출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노동계는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기 전 모두발언부터 경영계에 최저임금 삭감안 철회를 촉구했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근로자 위원들은 사용자 위원이 제출한 최초 요구안이 최저임금위에서 계속 용인되는 데 대해 깊은 우려와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은 사용자 위원들이 제출할 수정안이 삭감이나 동결안이 아닌 인상안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위가 저임금 노동자의 삶 개선과 보호가 아닌 사용자와 고용주를 위한 위원회로 전락하면 앞으로 위원회 참여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이자 부족한 사회 안전망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며 "이를 삭감·동결하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삭감안 철회 요청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최저임금의 안정화'를 피력했다. 류 전무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정부의 여러 조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마스크"라며 "경제 위기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소상공인과 일자리를 갖고 있고 원하는 사람에게 있어 마스크 역할을 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앞서서는 추경호·정희용·최승재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박준식 위원장과 면담했다. 이들은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6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 회의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9일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