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 충격 대단했지라" 호남 문화 중심서 다시 부르는 희망歌

3.4만평에 1400여 먹거리·공산품 상점 빼곡… "안와봤으면 광주사람 아니죠"
시장 내 홍어특화거리 등 '매력'… 전통시장 한계, 젊은층 유입은 쉽지 않아
코로나 상처 서서히 회복 중… 중기벤처부 상권활성화 사업으로 부활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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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 충격 대단했지라" 호남 문화 중심서 다시 부르는 희망歌
디지털타임스가 지난 16일 방문한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시장의 모습. 코로나19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아 거리가 비교적 한산하다.

(사진=은진기자 jineun@)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 충격 대단했지라" 호남 문화 중심서 다시 부르는 희망歌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시장

'크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거대한 양동시장은 '시장'보다는 '마을'에 가까웠다. 100년 된 '호남 최대 시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 규모부터 압도적이었다.

양동시장의 대지 규모는 3만5000여평(1만582㎡), 매장 면적은 2만3000여평(7045㎡)에 달한다. 여러 층으로 구성된 백화점의 매장 면적이 당연히 양동시장보다 크겠지만, 대지 규모만 보면 광주의 웬만한 백화점들보다 양동시장이 넓다. 그 커다란 부지를 1400여개 가게들이 판매하는 다양한 먹거리와 이불·의류·가구 등 공산품이 꽉 채우고 있었다.

맑은 날씨에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던 지난 16일 양동시장 취재를 위해 도착한 광주송정역.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택시기사 장명규 씨(남·65세)는 양동시장까지 가달라고 부탁하자 "가는 김에 나도 참기름을 사야겠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 어머니 손 잡고 생선 구경하러 다니던 시장인데 지금은 아내 심부름하러 다닌다"고 웃어 보였다. 장씨는 택시를 양동시장 근처에 주차하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사러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광주 사람들에게 양동시장은 삶 그 자체였다.

◇"광주에 산다면 한 번은 꼭"=양동시장이 들어선 것은 1940년대. 일제강점기에 개설돼 한국전쟁, 5·18광주민주화운동까지 겪어내는 동안 양동시장은 광주·전남은 물론 전북까지 포함한 '호남중앙시장'의 역할을 해왔다. 전 품목 도매를 하는 시장은 전남에서 양동시장이 유일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전통시장이 그랬듯 1990년대 들어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생기면서 양동시장은 위기를 맞았다. 대한민국 중부 이남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양동시장 복개상가의 가구상가가 직격탄을 입자 주변의 가구수리점도 줄줄이 무너지는 식이었다. 순식간에 상권 전체가 힘을 잃어갔다.

양동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중소벤처기업부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되면서다. 광주 시내 4개 구가 모이는 곳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인 데다, 광주문화예술회관·박물관 등 광주 유명 관광지와 인접해있어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양동시장은 지난해 5월 2차 사업대상지로 선정돼 5년 동안 상권활성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양동시장은 '역사 입은 문화시장'을 주제로 단순히 '오래된 전통시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100년 역사를 가진 양동시장은 광주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와본 곳이다. 2대 째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훈회 씨(남·54세)는 어머니가 하시던 가게를 물려받아 지금은 아내와 함께 하고 있다. '양동시장은 광주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묻자 정씨는 망설임 없이 "양동시장에 안 와봤으면 광주사람이 아니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아무래도 오래된 시장이다 보니 연세 드신 단골 어르신들은 자주 오시지만, 젊은층이 새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광주하면 떠오르는 홍어도 빼놓을 수 없는 양동시장의 대표 먹거리다. 들어서자마자 홍어 특유의 발효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이 '홍어특화거리'에는 수 십 곳의 가게들이 모여있다. 양동시장에서 홍어를 파는 가게는 100곳도 넘는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홍어의 90%가 양동시장에서 나온다고 한다.

◇코로나19 상처 천천히 회복 중=양동시장도 코로나19로 인한 한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광주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양동시장 경기도 얼어붙었다.

20년째 양동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지영 씨(여·50세)는 "그때는 시장에 개미 한 마리 없었다. 며칠 연속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아예 가게 문을 닫은 날도 있었다"며 "그나마 손님이 몰리던 금요일, 토요일에도 파리만 날렸다. 꼭 사람들이 뭘 사먹지 않더라도 시장은 시끌시끌해야 제맛인데, 아무리 어렵다 어렵다 했어도 그렇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양동시장 닭전거리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이중훈 씨(가명)는 "예전에는 광주로 야구를 보러왔다가 양동시장에서 통닭을 사서 가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이젠 야구는 무슨, 일반 손님도 확 줄었다"며 "코로나19가 한창일 땐 치킨 가격도 내리고 맥주 할인 행사도 하고 별 것을 다해도 사람이 안 오더라"고 했다.

양동시장은 수도권 일대에서 재확산 중인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방역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상인회에서 주도하기 시작해 '1점포 1소독' 원칙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손중호 양동복개상가상인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오랫동안 고객이 끊기니까 상인들도 위축됐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돼 상인들이 자신감을 다시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나마 긴급재난지원금이 '산소호흡기' 역할을 했다. 이불가게를 하는 이정자 씨(여·60세)는 "그래도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사람들이 마트를 안 가고 시장에 온다"며 "카드 결제도 확 늘고 겨울 이불을 미리 사는 손님들도 늘었다. 코로나19 때 깎아 먹은 매출을 회복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목숨은 연장한 셈"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 양동시장을 들렀다는 최가영 씨(가명)는 "전통시장은 아무래도 길 찾기도 어렵고 가격을 일일이 물어봐야 해서 불편함에 자주 오지 않았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겸 어려운 상인분들을 돕는다는 마음에서 오랜만에 장을 보러 왔다"며 "식료품들은 다 싱싱하고 좋은데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즐길 거리는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광주/글·사진=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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