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동네북 된 사모펀드

차현정 정경부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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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동네북 된 사모펀드
차현정 정경부 증권팀장
매해 두자릿수로 덩치를 늘렸다. 기세 등등 성장세는 끝 없을 것만 같았다. 죽 쑤는 공모펀드 시장과 달리 성장 가도만 걷던 사모펀드 시장 얘기다.

요즘 금융투자업계에 이만한 동네북이 따로 없다. 정부의 규제 강화나 투자자들이 눈 돌릴 더 강한 투자상품의 반격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거푸 대형 사고를 터뜨리며 10년 공 들인 탑을 무너뜨리고 있어서다.

확대일로 속 진정은커녕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조(兆) 단위 손실로 역대급 금융사건에 이름을 올린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개인간거래(P2P) 대출업체 '팝펀딩'에 투자하는 자비스자산운용과 헤이스팅스자산운용,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이 최근 잇따라 사고를 내면서다.

최근에는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를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라 속여 담은 펀드까지 등장해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투자자들이 떠안을 펀드 손실규모가 최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태'다.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강조하며 투자자를 현혹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던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실제 한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펀드 발행 초기부터 벌인 일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54개가 순차적으로 설정된 이 펀드는 편입 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삼는다고 소개해 투자자를 모은 전문사모펀드다. 만기 6개월로 연 3% 안팎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소개돼 은행 예금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안전지향적인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명세서엔 공사가 발행한 매출채권이라고 기입해 운용 취지에 맞는 상품을 편입한 것으로 속이고 실제로는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과는 무관한 사채를 주요 자산으로 편입해온 것이란 얘기다. 투자설명서에 쓴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와는 거래가 먼 상품이었던 셈이다.

명세서와 다른 엉뚱한 사채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둔갑해 펀드에 담긴 채 일반 금융소비자에게까지 팔린 것은 이 상품이 전문사모펀드로 출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문사모펀드는 수탁회사나 사무수탁사가 편입 자산의 진위를 감시·견제할 의무가 없어 애초 금융사고 발생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다. 관련 서류를 대조한 펀드판매사들이 서류 위변조 사실을 모를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이 회사가 환매 연장을 요구한 펀드 규모는 380억원대지만 관련 업계에선 유사한 상품 구조를 고려할 때 만기가 남은 후속 펀드들도 줄줄이 환매가 중단될 가능성이 큰 만큼 최대 5000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모펀드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공모펀드 시장 규모에 못 미쳤다. 하지만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며 침체 위기를 맞은 공모펀드 시장이 쇠락하는 사이 사모펀드 시장은 계속 컸다. 2011년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 활성화와 정부의 사모펀드 육성 정책에 힘입은 결과다.

18일 현재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 사모펀드 시장의 순자산규모는 423조4523억원으로 올 들어만 50조원 가까이 커졌다. 2015년 200조원 시대에 접어든 공모펀드 시장이 여전히 200조원 시장에 머문 것과 대비된다.

성장에 근간에는 혁신 금융에 의한 성과가 있었고 담보한 금융소비자와의 신뢰가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소비자를 기만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렸다. 작은 흠에도 쉽게 등 돌릴 금융소비자인데 그것이 큰 사고라면 더더욱 민감하고 단호하게 등을 돌린다.

때마침 금융당국이 현미경 조사에 나서며 다시 시장을 조여오고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지만, 안전장치는 하나라도 더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낫겠다 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규제 강화 개연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을 터다. 시장이 부디 엄중한 사태를 인식하길 바란다. 신뢰 회복 없이는 사모펀드 시장의 장밋빛 미래는 더 이상 보장되기 어려워 보인다.

차현정 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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