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질병관리본부 개편, 때가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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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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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질병관리본부 개편, 때가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질병관리청의 인원과 예산을 줄이겠다는 '무늬만의 승격'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승격은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세계 최악의 '감염대국'을 한 순간에 '방역강국'으로 탈바꿈시켜준 공로를 치하하고 싶은 대통령의 깜짝 제안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먹구름이 여전히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매우 심각하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감염자에 의한 은밀한 전파도 걱정스럽다. 오프라인 개학한 초중고등학교의 사정도 불안하다. 우리의 감염 상황이 대단히 위중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가 아직도 146개국이나 된다.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 중일 때는 장수를 바꾸는 일조차 조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방어부대의 전면 개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질병관리본부를 권역별 질병관리센터나 관리하는 허접한 행정기관으로 전락시켜버리겠다는 엉터리 개편안을 들먹일 때가 절대 아니다. 현재의 방역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전문기관에게 '청'으로의 승격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인사권·예산권은 관료들에게나 중요한 권한이다. 실제 방역 업무에는 크게 중요한 것일 수가 없다. 고질적인 관료주의에 빠져있는 보건복지부가 승격된 질병관리청의 인사권·예산권을 온전하게 보장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것이다.

더욱이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차관급 기관이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시켜주기 위한 조처였다. 물론 무늬만의 '강화'였다. 본부장의 예우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전히 행정관료들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 국립보건원과 새로 만들겠다는 국가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의 관리도 자리 욕심에 눈이 먼 관료들에게나 중요한 문제일 뿐이다. 보건 담당 차관직도 마찬가지다. 정무직인 보건차관에 반드시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말 개편이 필요한 것은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다. 방역의 가장 심각한 걸림돌로 거듭 확인된 보건복지부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을 막아달라는 절박한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고, 해외에 나갔던 우리 국민들이 감염을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억지 망언을 쏟아낸 것이 바로 보건복지부였다. 결국 우리는 세계 최악의 감염대국으로 전락해버렸고,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191개국이 우리에게 빗장을 닫아걸었다.

보건복지부의 무능이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니다.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망쳐놓은 것도 보건복지부였다. 감염이 발생한 병원을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우기다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의 정책 실패로 초토화된 삼성서울병원에게 방역 조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드러난 놀라운 사실이다.

굳이 질병관리본부의 조직을 뜯어고쳐야 할 이유가 없다. 감염병 관리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시켜주면 된다. 권역별 질병관리센터를 새로 만드는 대신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는 보건소와의 협력·연계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과기부도 납득하기 어렵다. 시급하게 연구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성을 갖춘 연구 인력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다. '감염병과 관계가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연구가 무엇이고, '인체에 직접 영향이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원천연구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기초·원천·응용의 구분은 칸막이에 갇힌 관료들과 과학자를 양떼로 착각하는 정책전문가들의 철 지난 유행가일 뿐이다. 어쭙잖은 정치적 영향력을 자랑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개인적 과욕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감염병과 관련된 바이러스 연구는 질병관리본부에 맡겨두는 것이 순리다. 바이러스의 연구에는 어차피 감염병 관리와 연계된 강력한 역학적 안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과기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바이러스 연구의 강화에 필요한 융합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융합·협력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제거해주는 것이 과기부의 역할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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