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위장된 전쟁](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0402152269002001[1].jpg "[논설실의 서가] 위장된 전쟁")
냉전의 지구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 에코리브르 펴냄
'차가운 전쟁'을 뜻하는 '냉전'(Cold War)은 미·소 간 대결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0년 경까지 시기다. 유럽 각국이 동과 서로 분열한 채 각지에 스파이가 암약하고 핵전쟁 공포가 만연했다. '긴장 상태지만 전쟁은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는 냉전이란 말은 사실 유럽 중심의 시각이다. 책은 유럽 바깥지역인 제3세계에서 벌어진 '뜨거운 전쟁'까지 포괄한 '글로벌 냉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2차 세계대전 뒤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소련은 '자유'와 '정의'를 기치로 제3세계 국가의 전쟁과 내전에 개입한다. 책은 제3세계 엘리트들이 미·소의 개입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외교문서를 통해 살핀다. 미·소는 중국 쿠바 베트남 앙골라 등 제3세계 내전과 혁명에 개입하고, 이들 국가의 판도에 따라 세력 균형이 흔들렸다. 제3세계 국가의 성공과 실패의 유산이 현대 세계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이란 수렁에 빠져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냉전은 우리나라에도 가혹한 흔적을 남겼다. 한국전쟁 발발로 250만 명의 한반도인이 목숨을 잃었다. 저자는 냉전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한반도에 파괴적이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든다. 한 가지는 이데올로기 대립과 일본의 점령 및 식민화가 동시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1940년대 냉전체제 전환과정에서 미·소 개입 하에 남과 북의 단독정부 수립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냉전적 분단은 전쟁을 거쳐 두 국제연맹 체제로 편입됐다. 지구적 차원의 냉전은 1991년 소련의 해체로 종식됐지만 한반도의 냉전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국제적 충돌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자적 차원의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냉전 당시 지구적 개입을 주도했던 체제가 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행동한 비극적 사례였음을 깨닫게 된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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