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의 꿈을 펼칠 '파운드리 포럼' 무대가 코로나19에 막혀 올해 아예 열리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 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IT·가전 행사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부담으로 거의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우리 IT(정보기술) 제조업의 특성 상 글로벌 마케팅 차질이 매출·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초미세공정을 바탕으로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신규 수주 활동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 9월 재개?…온라인 등 검토=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9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 재개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5월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국내, 독일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을 돌며 순차로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아직 행사 개최 예정 공지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올해 파운드리 포럼을)9월로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개최 혹은 무기한 연기 등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발 단계부터 팹리스와 긴밀한 대면 접촉이 필요한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 상 온라인 행사는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오프라인 행사는 불안요인이 너무 커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시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의 핵심 사업이자, 문재인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568억7000만 달러(약 70조원) 수준으로 전체 반도체 시장(약 4284억6300만 달러)의 약 13%에 불과하지만, 최근 자동차 등 비IIT 기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적용 범위가 늘면서 고공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역시 이미지센서와 함께 파운드리를 시스템반도체 2030 목표 달성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집중 육성 중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올해 1·4분기 실적을 보면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3조원)보다 약 50%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분기 매출 기준 15.9%로 1위인 TSMC(54.1%)에 이은 2위다. 삼성전자는 거래처와의 비즈니스 미팅에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신규 수주 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LG, 유럽 최대 가전행사도 불참 유력…신제품 공개도 온라인으로= 이 같은 고민은 반도체 뿐 아니라 TV 등 가전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9월 3일∼5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0 참가 여부를 두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참가와 불참 모두 옵션으로 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고, LG전자 측은 "현재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했을 때 불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 대한 부담 등으로 오는 8월로 예고한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행사를 처음 온라인으로 개최하기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 시장을 겨냥한 '2020년형 라이프스타일 TV' 쇼케이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한 적이 있다.
LG전자 역시 전략 스마트폰 'LG벨벳'과 원바디 세탁건조기 '트롬 워시타워' 출시행사를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만약 IFA 참가를 결정하더라도 온라인 컨퍼런스만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공격투자'…"과감한 도전 않는 것이 실패"= 이 같은 주요 IT 제조업체들의 해외 마케팅 차질은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별도 기준으로 국내 매출 비중이 13%에 불과하고 LG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2분기 삼성·LG전자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종의 매출·영업이익 동반 추락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요 대기업은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공격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최근 평택캠퍼스 2공장에 10조원을 투자해 극자외선(EUV) 기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규 라인 건설을 결정했다.
아울러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최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볼 수 있다"며 "과감한 도전의 문화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R&D 비용을 공시한 208개 기업의 지난해 투자금액 총액은 전년보다 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차질에 대응할 방법은 사실상 없지만, 미래 성장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총수들의 의지는 여전히 강력하다"며 "정부도 기업이 새로운 시대에 맞춰 성장동력을 찾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김위수기자 comja77@dt.co.kr
지난해 10월 1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뮌헨'에서 참가자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10월 1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뮌헨'에서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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