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0.2%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보다 낮은 성장률이다. 현 추세라면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취업자 수는 작년과 유사한 수준, 즉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국가채무 증가 추세를 고려해 증세 논의를 시작하는 한편, 기준금리도 더 내려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코로나에 '뚝' 떨어진 韓 경제…"역성장 가능성" = KDI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애초 작년 11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KDI는 올해 전망치를 2.3%로 봤다. 같은 해 5월 발표한 수정 전망치보다 0.2%포인트(p) 낮은 것인데, 올해 0.2%로 대폭 내려앉았다. 작년 성장률 전망은 2%로 2009년(0.9%) 이후 가장 낮았는데, 올해는 이를 갈아치우게 되는 셈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0.2%' 성장률에 대해 "수치 하나를 제시하게 돼 있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수치"라면서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그런 측면에서 0.2%가 가능성이 높지만, 이보다 높은 숫자, 낮은 숫자도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역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이 한국을 보는 잣대는 천차만별이다. 국내에선 KDI 전망에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4월 초 0%대 성장률을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2월 말 2.1%로 수정한 것보다 낮은 수치다. 해외에선 '역성장'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D)은 4월 -1.2%로 내다봤고,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0.7%를 예상했다. 일본계 노무라는 -5.9%로 가장 낮게 관측했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3.9%로 제시하며 올해와 비교해 대폭 개선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 실장은 "성장률로 보면 높게 볼 수 있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올해가 낮아 기저효과로 볼 수 있고, 연평균으로 두 개 연도 합치면 2.4%로 추정하면 내년에도 경로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발 '소비·수출' 감소 악화 주도…"금리 인하·증세 논의" = KDI가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소비와 수출이 모두 급격하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올해 민간소비가 2% 감소하고, 수출은 3.4% 줄어들 것으로 봤다. 소비의 경우 국내총소득이 감소하고 소비심리가 악화하는 가운데, 해외여행 제한으로 서비스수입이 급감한 여파다. 수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주요국의 봉쇄조치 영향이다.
KDI는 소비와 수출이 동반 감소하는 상황 속 정부 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최근의 급격한 재정적자 증가가 향후 재정건정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1분기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45조3000억원 적자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순(純)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55조3000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였다.
KDI는 재정수입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대안 모색을 병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대안이 '증세인가'라는 질문에 정 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라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도 이어졌다. 세입경정,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고된 데다, 경제 성장세, 물가상승률도 낮아 가능한 한 기준금리를 최대한 내리는 수준이 0인지 0보다 소폭의 플러스인지는 쉽지 않겠지만, 이런 시기에는 기준금리를 최대한 낮추고 다음 상태로 양적 완화를 도입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KDI가 금리 인하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역시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