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지지율 50%, 합리·이성적 세계 아닌 일종의 종교현상" [윤여준 前환경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文, 지금까지 국정운영으론 좋은 평가 받기 힘들어… 맹목적 팬덤 가까워
국민 분열로 혼란겪고도 조국 前수석 되살리기? 도저히 납득 어려운 현상
두번째 창당 도와달라던 안철수, 창당대회 갔더니 감사 인사조차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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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지지율 50%, 합리·이성적 세계 아닌 일종의 종교현상" [윤여준 前환경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여준 前환경부장관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여준 前환경부장관



정치인의 멘토에서 국민의 멘토로 돌아온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만났다. 지난 20여 년 간 그는 자신의 정견을 쥐고 뛸 주자(走者)을 물색해왔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안철수의 사부'로 알려졌지만 그의 뜻이 부화하기에는 너무나 온도차가 컸다. 총선을 앞둔 정치 철에 새 정치와 새 정치인은 진정 난망(難望)한 것인지 물었다.

"지금은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더구나 코로나 때문에 더 촉진되고 있는데, 그 이후를 끌고 갈 세력도 없고 지도자도 없어요. 저는 앞날이 캄캄하다고 봐요.(중략) 선거 끝나고 정국에 소용돌이가 몰아칠 겁니다. 이번 선거는 어느 한쪽이 크게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닐 거라고 보는데, 지난 번 조국사태 때 봤듯이 국론이 둘로 딱 갈라지는 격렬한 진영간 충돌이 불가피 할 거로 봐요. 국제정세나 경제 상황이 그럴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윤 전 장관은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헌신과 희생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는 것. 먼저 손드는 사람이 영웅이 되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가장 책임이 큰 문재인 대통령마저 '진영 속 대통령'에 안거하며 국민통합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윤 전 장관은 "선거 이후 2년여 남은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에만 매진해야 한다"며 "정말 큰 결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주 천마산 기슭 산재(山齋)에서 독서와 명상을 즐기는 분을 번잡한 도심으로 청하는 게 송구했지만, 수수하게 받아주었다. 우선 '새 정치'를 육성하려했던 시절을 돌아봤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새 정치에 대한 국민 여망이 요즘처럼 높을 때도 없었을 겁니다. 한때 '새 정치'의 대표적 주자로 촉망받던 안철수 대표의 멘토였는데요.

"당을 창당한다고 할 때 새정치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갔습니다. 그 때 가게 된 것은 평소 가깝게 지냈던 법륜스님과 인명진 목사님이 아주 진정어린 어조로 안철수를 도와주자고 그래요. 안 한다고 하니까 안철수가 예뻐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저걸 그대로 두면 새 정치의 싹조차도 없어질 것 같다. 싹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런데 도중에 민주당과 통합한다고 해서 저는 나와 버렸지요.당시 대표였던 김한길 씨가 다시 당에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합디다. 저는 일체 안 나갔어요."

-그 후 다시 합류하시지 않았나요.

"2016년인가 두 번째로 당을 만든다고 들었어요. 그때는 제가 신장에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 입원해 일체 면회가 안 되고 집중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을 때인데 제가 국회의원 할 때 보좌관했던 이태규가 전화를 한 거예요. 안철수 대표가 잠깐만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하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병원에 찾아와 만났어요. 누워 있는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그러는 겁니다. 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들었고, 한상진 교수가 위원장인데 이름만 좀 걸어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하면 하는 것이지 무슨 이름만 다냐' 하면서 거절을 했어요. 그 후 이태규가 또 전화를 해서 살려달라고 해요. 그래서 공동위원장으로 이름 올리는 것을 허락한 겁니다."

-당에는 안 나가셨습니까.

"병원에서 퇴원하고도 안 나갔어요. 그랬더니 기자들이 윤여준은 이름만 건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됐고 이태규가 당에 한 번만이라도 나와 달라는 거예요. 나가서 기자실에 들어갔더니 제가 그 때 퇴원한 지 얼마 안 돼 병색이 완연했거든요. 서 있는 것도 힘들고 그럴 때인데, 기자들이 눈치를 채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체 윤 아무개의 건강상태가 무슨 언론의 관심사가 돼야 하냐'하고 집에 와버렸지요. 그 후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만 나오라고 해서 나갔지만 발언은 거의 안 했습니다. 몇 번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다 창당 전 마지막 회의에서 보고 있다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보기에 미안하지만 지금 많은 이슈들이 널려 있는데, 하나도 이슈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안들을 안 건드리면 이게 무슨 정당이냐.' 그 후 대전에서 열린 창당대회에도 내려가 토크쇼 형식으로 참석을 했지요. 편치 않은 몸 상태인데도 내려가 토크쇼를 했는데, 안철수 씨는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없습디다.(웃음)"

-결과적으로 '안철수 현상'은 새 정치, 새 정치인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 '정치인 기근 시대'라고 하는데요.

"정치인이 없어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거치면서 보수세력이 몰락을 했어요. 탄핵까지 당했으니까. 그리고 진보정권이 들어섰잖아요.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에 한국 진보가 얼마나 엉터리냐는 것을 다 보여줄 거란 말이에요. 민낯이 다 드러나는 겁니다. 진보의 특징은 보수에 비해 도덕적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건데, 전혀 도덕적이지 않고 전혀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면 보수도 몰락, 진보도 몰락이에요. 근데 지금 시대는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서는 거거든요. 더구나 코로나 때문에 더 촉진되는 것인데, 그 이후를 끌고 갈 그런 세력도 없고 그런 지도자도 없어요. 저는 앞날이 캄캄하다고 봐요."

-차선 또는 차차선으로도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닌 거죠. 어쨌거나 이게 한두 사람의 지혜를 모아 될 일이 아니지만, 지도자가 사회 지혜를 모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좌표를 정하고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이 지금 눈을 씻고 봐도 없는 것 같아요."

-한 10년 됐나요, '대통령의 자격'이란 책을 내셔서 리더십 문제를 다룬 적 있지요?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 치국경륜, 국가운영 경륜)라는 개념으로 시대적 리더십이 어떠해야 하는지 써봤어요. 이명박 대통령 정부 말기에 책을 냈어요. 그 후 정권이 바뀌는데 따라 개정판을 내려 했는데, 작업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한 정권이니까 그것도 냉정하게 평가를 해야지요. 문재인 정권은 정말 좀 냉철하게 평가를 했으면 좋겠는데, 절반 정도 지나면 대개 평가가 보이니까."

-가뜩이나 좌파정권이 들어서 국가개입이 늘고 있는 마당에 코로나로 인한 국가개입은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 위축을 감내해야 하는 겁니까.

"지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오래 운영해온 서구 국가들도 무슨 딜레마가 있냐면, 대규모 자연재해가 빈발한다든지 테러의 위협이 항상 있거든요. 이런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을 하려면 강력하고 신속한 집행권력이 있어야 된다는 거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행정부의 권력, 즉 국가권력이 강화된다는 겁니다. 이 추세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느냐 하는 딜레마인 거죠. 한편으론 자유주의는 우리가 흔히 신자유주의라고 하는데, 신자유주의가 30년 동안 세계를 휩쓸다시피 했어요. 신자자유주의라는 게 뭡니까, 쉽게 말하면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라,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하니 국가는 빠지라는 거잖아요. 그런 걸 도입해서 30년 동안 해왔더니 어떤 결과가 나왔느냐 하면, 거의 공통적으로 소수의 대기업은 급격히 비대해지고 다수의 중소기업이나 서민은 더 피폐해졌다는 거지요."



-국가개입의 강도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인가요.

"그래서 미국 같은 나라에서 월가를 점령하라, 90% 대 10%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겠습니까. 소수의 대기업이 비대해진 나머지 자본권력이 정치권력과 국가권력을 압도하는 상황이 왔다고요. 그러면 국가라는 것은 공동선이라는 가치,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하는데 거기에 충실하기 보다는 대기업의 이익에 봉사하는 일이 생긴다는 거지요.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 왔잖아요. 경제적 불평등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까지 생겨서 새로운 신분사회가 생겼단 말 아닙니까, 부자는 부를 세습하고 가난한 사람은 빈곤을 세습하는."

-그것을 교정하는 방법이 꼭 국가의 강제력 밖에 없습니까.

"교육이 과거에는 그런 것을 극복해주는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세습의 통로가 돼버렸단 말이에요. 그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굉장히 심각해졌지요. 그러니까 나라마다 포퓰리스트적인 지도자가 등장해서 대중을 선동해 권력을 잡는 일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이런 문제는 자유주의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모순 때문에 만드는 거거든요. 그럼 이걸 어떻게 극복할 거냐, 쉽게 말하면 민주주의를 말하는데, 민주주의의가장 핵심가치가 자유와 평등이잖아요. 우리 대법원 청사에도 자유 평등 정의라고 써있잖아요. 자유를 중시하느냐 평등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더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 갈리기도 하는 거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유가 없으면 평등은 의미가 없어요. 또 평등이 없는 자유는 허구예요. 그러니까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균형을 잡아달라는 것이거든요. 자유와 평등의 균형을 잡아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등장할 리더십은 이 자유와 평등이란 핵심 가치의 균형을 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줄 수 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큼 국민의 분노가 있었으니까, 포퓰리스트적인 영향을 발휘하기가 쉬웠지요. 문재인 대통령이나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정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라는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정부 출범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가치를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닌가 하고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뭐냐 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하고 나서 두 달 후에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앞 총론 부분을 보면 국민주권 얘기가 나옵니다. 나라의 주인은 주권자인 국민이니까 국민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한다는 거예요. 대의제도라는 것은 국민이 직접 결정할 수 없으니까 대표를 뽑아서 위임하는 것인데 이게 제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 겁니다. 근데 대의제도가 오래 전부터 제대로 작동을 안 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거든요."

-그렇다고 대의제도 근간을 흔들 수는 없잖습니까.

"거기에 명백하게 대의제도를 부정하는 말은 없어요. 그러나 숨은 뜻을 보면 대의제도를 별로 신뢰하지 않고 다른 방법 다른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아요. 그로부터 한 달 후 그러니까 문재인 대통령 취임하고 석 달 후 '국민인수위원회'라는 기구가 하나 있었어요. 거기서 대통령이 연설을 한 적 있는데, 거기서 '국민은 직접민주주의를 원한다'라며 명시적으로 연설을 했어요. 그러니까 야당이 전체주의로 가자는 것이냐느 논평을 냈어요. 그런데 그 후 다시는 대통령도 얘기 안 하고 흐지부지 없어졌어요. 그러면 대통령이 어떤 내용의 직접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인지 밝혀야 하는데, 그걸 밝힌 일이 없어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 분들이 뭔가 지금의 경제체제와 정치체제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생각은 있었지만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건가요.

"체제를 바꾸려면 혁명적 상황이 조성돼야 하는데, 그래야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데, 가령 촛불처럼요.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그 촛불이 일상으로 돌아가버렸거든요. 그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데, 쉽지 않잖아요. 저는 이 분들이 남북관계 급진전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수 국민의 열정적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고 봤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은 바로 망가져서 에너지를 모으지 못했지요. 그래서 남북관계 급진전에 올인하다시피 해서 초기 단계에는 남북정상간의 의지로 진척이 됐어요. 그러나 나중에는 북핵이 필연적으로 안 나올 수 없는 거거든요. 이게 나오면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로 바뀐단 말이에요. 역시 그 말이 나오니까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북미협상이 안 됐잖아요."

-남북관계에서 국민들은 이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민족'이란 말이 그런 건데요, 민족이란 말만 나오면 합리적 논리가 맥을 못 춥니다.

"제5공화국 전두환 정부가 제시한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에 이어 1989년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1994년 김영삼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모두 민족 개념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진보진영에서만 민족을 내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게 뭐냐면, 남북한이 70년동안 전혀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살아왔다는 거예요. 남북한 통일이라는 것은 국가와 국가간 통일입니다. 북한도 UN회원국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질적으로 완전 상반되는 두 국가가 민족이란 이름으로 통일될 수 있느냐는 거지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요. 민족관념을 갖는 것은 좋은데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연방제를 얘기하는데, 상이한 이데올로기를 갖고 어떻게 연방을 만들어요."

-작년 조국사태를 겪은 후 요즘 다시 보수진영에 의해 이번 총선이 '조국(祖國)지키기냐 아니면 조국(曺國)지키기냐'라는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정을 이끌어온 것을 보면 절대로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요. 어려가지 요소를 짚어봐도 합격점을 받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여론조사 발표되는 것을 보면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지금은 50%가 넘고 항상 40%를 넘었잖아요. 이 현상은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거지요. 저는 그래서 이것을 종교현상으로 봐요. 합리와 이성의 세계가 아니고 그냥 좋아하는 거지요. 팬덤 현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어떻게 보면 맹목적인 거지요. 설명이 안 된다고 생각할 때가 있죠. 조국 전 장관같은 경우는 저도 납득을 못하는데, 누가 저보고 그러더라고요, 민주당 어느 중진 의원이 조국 민정수석 시절에 수사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조국은 촛불의 상징이라서 바꿀 수가 없다고 한 것으로 들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상징이라고 하면 대통령이 됐으니까 그렇다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비서인 사람이 어떻게 촛불의 상징이 되나 납득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런지 설명을 해달라고 하니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조국 전 수석을 되살리려고 하는 현상도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납득불가 현상이지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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