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위기일수록 과학기술에 귀기울이자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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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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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위기일수록 과학기술에 귀기울이자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과학기술립국'(科學技術立國), '과학기술로 나라를 세운다'는 뜻이다. 과거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1차 산업위주의 단순한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구조를 가진 산업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기술자립·과학기술 강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선택한 국가전략이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와도 같았던 한반도에서 과학기술이 꽃피우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뼈아픈 과거를 후대에는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그 당시 많은 부모들의 의지와 열정이 수많은 과학 인재를 배출했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의 선진 기술을 습득하는 추격자의 위치를 넘어서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 기술을 보유하는 과학기술 강국의 길에 들어섰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가 인정하는 선도국가가 되었으며, 반도체 및 첨단 과학이 이끌어간 산업분야는 어느덧 우리나라를 경제규모 세계 10권 이내에 드는 국가로 성장시켰다. 1962년 1인당 국민소득 80불이었던 극빈 국가가 불과 56년이 지난 2018년, 국민소득이 400배 증가한 3만 2천불을 달성하여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과학기술을 필수적인 국가전략으로 삼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최근 중국 우한에서 건너온 불청객,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대한민국이 멈춰 섰다. 쉴 틈 없이 일하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던 우리에겐 사상초유의 일이다. 매년 이맘때면 교실을 가득 채웠던 새학년을 시작하는 학생들은 전대미문의 4월 개학을 맞이할 예정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 대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만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또한 온종일 거리에는 사람의 흔적이 뜸해 마치 동영상을 정지해 놓은 듯한 반면, 연일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재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를 시작으로 연일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조금씩 고조되었다. 확진자 수를 번호로 매기고 이들의 동선을 공개하며 약 한 달 동안 서른 명 정도의 감염자 수에 대해 정부의 방역정책이 효과적이라는 낙관론이 거론되었으나, 31번 확진자의 등장 이후, 대구에 있는 신천지 교회에서 집단발병이 일어나고 이어 가장 우려했던 지역감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거리는 그 활력을 잃고 멈춰있는 상태이다.

인접한 중국에서 발생한 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처음에는 그저 중국의 한 도시 우한에서 퍼진 유행성이 강한 독감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급기야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전염 차단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 사태를 잘 관리하였던 경험을 살려 철저한 방역 관리에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전문성을 지닌 과학계와 의료진들이 발벗고 나서서 세계 어느나라 보다도 코로나에 대한 대처가 훌륭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 얘기로 화제를 돌려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는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간 고리 1호기이다. 이후 42년간 2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며 우리나라 총 발전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확실한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석유, 석탄, LNG등을 전량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선 원자력 발전 만큼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역대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항상 일관되게 원전을 중시하여 국내 20여기가 넘는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공사에 착수한 신고리 5, 6호기의 존폐가 기로에 서게 되고, 시민 참여단 471명의 탈원전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전문가들과 친원전을 주장하는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 날 선 공방과 의견이 교환된 후, 찬성 약 60%로 건설이 재개될 수 있었다.

원자력 발전은 안전을 제일 우선시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학기술이다. 우리는 이미 40여년간 성공적인 발전소 운영을 통해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원전 선진국이다. 공론화 위원회에 참석한 양측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기술 측면에서 한쪽은 과학자, 또 다른 한쪽은 환경운동가들로 이루어진 비과학자이다. 탈원전을 표방한 국가 에너지 정책은 좀 더 과학적 근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탈 원전 정책에 의해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이 중지될 예정이고, 전국에 걸쳐 우거진 산림들을 대신해 그 자리는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개발과 더불어 원전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전 중단,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지게 된다. 필자는 정부의 신속하고 가장 합리적인 방향의 정책을 기대한다. 20세기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의 지식 중 하나가 원자와 전자의 거동을 이해한 양자역학이며,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것이 원자력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학이란 인류의 오랜 경험으로부터 축적되어 객관적이고 실증적이며 합리적인 지식의 산물이다. ICT 기반 4차 산업혁명시대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더이상 이의 여지가 없으며, 국가의 국력은 과학기술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탈원전은 모두 과학기술과 밀접한 영역이다. 과학기술에 입각한 판단과 정책으로 더 이상의 피해를 예방하고 하루 빨리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국민을 위한 정책 수립에 보다는 심도있는 과학적 이해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제 곧 목련, 벚꽃과 같은 봄꽃들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자연은 사방을 꽉 채우며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하루 하루 힘들어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 빨리 단절이 아닌 더불어 사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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