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입증 책임이 완화되고 기업의 반증 책임이 강화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범위도 확대돼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24일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은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발생하거나 악화된 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폐질환, 천식, 태아피해, 아동·성인 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등 특정한 피해질환을 앓는 경우에만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법을 개정해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것이다.
피해자의 입증 책임도 기업에 일정 부분 전환됐다. 피해자가 역학적 상관관계 등 일정 부분을 증명했을 때 가해기업이 반증하지 못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 피해자의 노출 시기 및 정도, 생활습관, 가족력 등을 파악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야 한다. 환경부는 조사·연구 및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질환을 올해 내로 고시할 예정이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특별구제계정 대상자는 구제급여 대상자와 달리 건강피해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을 통합하는 피해자 지원체계 개편으로 양측 모두 구제급여 수급자가 된다. 정부는 장해급여를 신설해 건강피해 치유 후, 신체 등에 장해가 남은 피해자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정부의 피해구제를 강화하고 소송에서의 입증 책임을 전향적으로 완화한 법안으로, 가습기살균제로 고통을 겪는 분들이 정부의 구제를 받고 소송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법 개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위법령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피해 지원을 강화하고 입증 책임을 완화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안이 24일 공포된다. 환경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