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위직 공무원의 급여를 30% 반납하기로 한 대책을 두고 공직사회 안팎에선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장·차관급 고위직 공무원은 이달부터 6월까지 4개월간 급여 30%를 반납한다. 정무직 공무원에 속하는 고위직의 임금 삭감분을 국고로 반납,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러한 기류를 공직사회 전반으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 대책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당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급여 삭감 대열에 합류했고, 일부 정당들도 세비를 반납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일반직 공무원 임금 동결의 명분을 쌓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과 2009년 공무원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전국공무원노동조합·한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정부 조치가 확대되더라도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를 이루는 '원칙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주말에 결정된 사안이라 본격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경기 불황 등 현 상황에 비추어볼 때 공무원 임금이나 연금 등에 영향을 끼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하위직 임금을 깎으면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짚었다.
일단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은 5월까지 각 부처 요구를 받아 6~8월까지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공무원 임금에 대한 논의는) 너무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다가오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실효적 조치라기보단 상징적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투자를 늘리거나,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결국 정부가 이만큼 애쓰고 있으니 잘 봐달라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고위직 공무원 임금을 반납하기보다 잘못된 정책에 예산이 쓰이는 것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며 "정치적인 쇼"라고 지적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비상국무위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