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인공지능 넘어 `인공뇌`로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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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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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인공지능 넘어 `인공뇌`로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지능 (AI) 이었다." 올해 개최되었던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 2020이 끝난 후 전 세계로 타전된 기사의 제목이다. 알파고로 시작된 AI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점점 우리 생활을 파고든다.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없이 제공되는 막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 내게 꼭 필요한 엄선된 내용만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AI 발전을 가져왔을 것이다. AI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할 만큼의 지능을 가짐으로써 인간의 영역인 인지, 판단, 예측기능을 수행한다. 구글은 AI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알파고를 만들었던 영국의 딥마인드 (Deep mind)를 인수하여 AI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새로 선보인 알파고의 최신 버전인 알파원은 스스로 학습하여 바둑뿐만 아니라 체스, 장기에서도 고도의 능력을 갖추었다, 각 분야 세계 최고수와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여 큰 충격을 주었는데, 그 이유는 바둑이란 한정된 영역에만 특화 된 기능을 갖던 알파고를 넘어 일반적 인공지능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 AI기술을 이용해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화, 구글이 출시하는 각종 제품의 질 개선, 그리고 암진단, 신약 개발등 바이오 헬스분야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누리고 있다.

세계 언론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기술 냉전'이라고 평가했다. 무역수지에 불만을 품은 미국에 의해 유발된 단순한 무역 전쟁이 아니라 상업적 이익과 국가 안보가 걸린 양국의 기술 우위 다툼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양국이 양자컴퓨팅, AI 개발 등 전 분야에서 경쟁하면서 무역 갈등보다 더 심각한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AI는 향후 국가 성장을 견인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많은 국가들이 앞다투어 투자를 늘리고 있다. AI 혁신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21세기의 패권이 결정된다는 의견도 있다.모든 개인 정보가 국가에 의해 수입· 가공·통제되는 중국은 빅데이터와 5G 통신, 두 가지 무기를 기반으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AI를 사회안전용 시스템으로 확장하여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삶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빅 브라더'를 구축하였다. 얼굴인식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신분증 없이도 전 국민의 모든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성향과 특성도 미리 예측하여 비지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빅데이터의 지원 하에서 중국 AI개발 업체들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에서는 각각 자율주행자동차, 의료 및 헬스, 스마트 시티 등 특화된 기술개발을 통해 다가올 AI 시대를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기업들이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얼굴인식, 비디오 감시 등을 위한 국제적 표준화 작업에 참여해 선점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 기술강국 답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IT기업에 인텔, IBM과 같은 반도체 기업을 앞세워 AI 기술에 작은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빅데이터 확보에서 중국에 열세이므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화웨이 때리기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자국 반도체 업체의 장비공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미국의 불안감을 표출하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 정보를 매우 소중히 다루어 강력한 법률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빅데이터 분야에서 취약하다.

이젠 AI를 넘어 인공뇌(Artificial Brain, AB)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볼 때이다. AI는 인간 뇌신경망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한 심층학습 (deep learning)이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주어진 데이터의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빅데이터와 비교하여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의 소프트 웨어 솔루션이다. 따라서 AI가 발전하려면 학습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 이를 처리할 고성능 컴퓨팅 파워 그리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필수적이다.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AI의 연산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에 소요되는 컴퓨팅 파워와 빅데이터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것이 오히려 AI 발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본노이만(von Neumann) 방식의 컴퓨터로 점점 고도화 되는 AI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결할 때 1000대 이상의 서버와 100kW 이상의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 것이 좋은 예이다.

반면 AB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 알고리즘과 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컴퓨팅 파워의 한계를 탈피하여 한 차원 높은 인공지능을 갖는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 목표이다. AI에 특화된 신경망 반도체로는 IBM의 TrueNorth, Intel의 Loihi 등이 개발되었긴 하지만 모두 기존 연산장치와 메모리장치를 사용하여 한계가 있다.

인간의 신경망을 가장 근사하게 모방한 새로운 형태의 신경망 반도체를 개발하여 인간의 오감(五感)을 복합적으로 느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고등적인 인지·판단·예측 능력까지 갖추면서도 낮은 전력소모를 갖는 것이 인공뇌 반도체이다. 이를 위해 아직도 미지의 영역인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뇌과학자, 새로운 반도체 아키텍처를 연구할 반도체 전문가, 그리고 AB의 기능을 테스트하고 응용 분야를 탐색하는 로봇연구자들이 함께 진행하는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KIST는 유일한 다학제 종합 연구소로서 상이한 연구분야인 뇌과학, 차세대반도체, 로봇미디어 연구소가 설치되어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수행 중에 있다. 각각의 연구를 통해 다져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AI를 넘어 21세기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술인 AB 개발에 뛰어들어 세계적 기술을 선도하여야 한다. 그것이 KIST가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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