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정부는 대통령, 대통령은 중국만 쳐다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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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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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칼럼] 정부는 대통령, 대통령은 중국만 쳐다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이 취한 첫 번째 조치는 전혀 달랐다. 우리는 대통령이 나서 불안해하지 말라며 달래는 것이고 반면, 미국은 전문가들이 나서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니까 우리는 대통령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경각심을 가지라며 나무랐고 의사협회의 감염 위험자 입국 제한 권고도 무시했다. 반면, 미국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주 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해 확산을 막도록 했다. 미국에 이어 다른 나라들도 자국민 안전에 최우선순위를 두자 정부가 마지못해 부분적 입국 제한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대통령의 지시로 후속 조치는 계속 오락가락한다.

전염병의 피해는 병 자체보다 어떻게 대응하나에 따라 달라진다. 세계은행 등의 전문가들은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로 인한 피해의 80~90%는 심리적인 문제에 기인했다고 본다. 입원자나 사망한 사람은 우려했던 것보다 작았지만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컸고 오래갔다. 의학과 방역시스템 문제보다 컨트롤 타워 문제가 더 컸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전문가 무시에다 중국 눈치 보는 정부의 비정상적인 대응이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정부는 가짜뉴스를 막는다는데, 더 중요한 일은 정부부터 조심하는 것이다. 여당 대표가 2차 감염자가 보건소에서 근무하기에 확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가 실수라며 바로잡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괴담이 성행해 경제활동도 그만큼 더 후퇴한다.

신종 바이러스는 과학의 영역이자 국가안보의 문제다. 전문가를 제치고 대통령이 전지전능한 사람처럼 설치고 정권의 이해득실부터 계산하면 코로나 사태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다 늑장 대응하고 민관협력은 물론 정부 부처 협력에도 구멍이 생긴다. 우한 폐렴의 수용 시설과 초중고교 개학연기를 놓고 혼란이 생기고, 3차 감염자가 중국 바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공수처 만드는데 열을 내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중국이 우한폐렴을 숨기다가 뒤늦게 인정하는 바람에 화를 키워 도시 자체를 폐쇄하게 되었던 이유도 정권 유지와 제왕적 지도자에 기인하기 때문인데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우리나라도 그렇다.

코로나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하려면 정부는 과감하고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과학적 판단을 정치적 판단에 우선하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며 국민이 신뢰를 느끼도록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광우병, 세월호, 원자력 괴담으로 이어진 바 있다. 괴담을 만든 주체가 현 정부의 지지세력이라고 안심할지 모르나 코로나는 전염병이라 괴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비상사태 선포처럼 우리도 과감한 조치를 하자고 주장한다. 증세가 양성이었다가 음성으로 재판정될 정도로 불확실한 만큼 추가 감염의 소지부터 막자는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선거를 의식한 대응은 민심이 떠나게 만든다. 안 그래도 경제가 소득주도성장으로 최악이 되었는데 코로나 사태까지 덮쳤다. 관광은 물론 음식, 숙박, 항공 등 관련 산업은 직격탄을, 제조업 등은 유탄을 맞고 있다. 고령층 일자리 사업도 건강이 취약해 외부에 나가기를 꺼리는 고령층의 특성상 차질이 불가피하다. 고용이 취약한 청년층은 아르바이트 일자리 구하는 것도 지금보다 더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률 숫자 낮춘다고 무리수를 두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차라리 코로나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스와 메르스와 싸우면서 코로나를 이길 역량을 키웠다. 그러나 사령탑인 정부의 역량은 후퇴했다. 예전처럼 정부는 대통령만 쳐다보는 데다 이제는 대통령이 중국만 쳐다보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재앙이 되지 않게 대통령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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