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우한폐렴, 진실은 숨길 수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1/2020013102102269660002[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우한폐렴, 진실은 숨길 수 없다")
작년 12월 8일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폐렴 환자의 발생을 알리면서 환자 상태는 경미하고 사람간의 전염은 없었다고 하였고 그 후에도 같은 내용만을 반복하여 강조하였다. 바이러스는 특정 생명체에게만 주로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동물에서 사람에게 병을 옮기려면 돌연변이가 필요하지만 일단 사람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로 변형되었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폐렴은 기침, 가래를 통해 쉽게 바이러스가 배출됨에도 불구하고 불과 2주 전인 최근까지도 41여명의 환자만 발생했다고 강조하다가 설 명절 때 대규모 인구 이동으로 인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환자 수를 밝히기 시작하여 현재 7700명 감염에 170명 이상의 사망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면 현재 몇 명의 환자가 발생했는지 파악조차 불가능하다는 말과 같다. 심지어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 같은 학자는 "내가 아는 한 감염자는 현재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을 할 정도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우한폐렴, 진실은 숨길 수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1/2020013102102269660002[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우한폐렴, 진실은 숨길 수 없다")
처음 환자가 발생했을 때 초기 환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활 경로를 파악해야 감염경로를 알 수 있는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한 감염경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WHO 대변인이 28일 잠복기가 1~14일이라는 점 외에 감염자가 어느 정도의 증상을 보여야 우한 폐렴을 전파할 수 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 동안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는 전염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 외의 나라에서는 아직 소수의 환자만 발생한 상태여서 해당 국가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가에 따라 추가 폐렴 환자의 발생 정도에서 국가간의 많은 편차가 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현재 4명의 확진 환자의 조기 격리 조치와 아울러 환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을 추적하여 조기에 격리시키는데 성공한다면 환자의 확산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스 사태의 경험을 살려 국립보건원을 질병관리본부로 승격시켜 상시 대비체제를 갖춘 상태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시 기구의 인원과 장비만으로 국가 비상 사태에 대응하기도 힘들지만 출입국 관리소, 행정 안전부, 재정 기획부, 조달청 등의 다양한 기관들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지휘를 할 워룸(War room)을 만들어서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관장하면서 전문가와 현장의 소리를 반영시켜야 한다. 그런데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우한에 있는 교민 철수시 증상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를 같이 귀국시키겠다고 해서 물의를 빚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손잡이, 문, 의자 그리고 주위 사람의 옷에 묻었다가 손을 통해 코나 입으로 전해져서 전염된다는 점과 귀국과정에서 공항과 버스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접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신 기종의 비행기여서 안전하다는 발상을 담당 장관이 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로 일본 감염자 중 버스 기사와 같은 버스의 여성 안내원이 감염된 만큼 공항에 도착해서 충분한 시설이 있는 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 대한 철저한 시뮬레이션 후에 귀국시켜야 할 것이다.
워룸의 역할은 예를 들어 현재 국내에는 보유한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 키트는 1,000개 정도에 불과하고 2월 5일경이 되어서야 추가 물량이 확보되는 상황에서 추가 검사 키트를 최대한 빨리 충분한 양을 확보하여 지원하는 것과 같이 전문가와 현장에서 뛰는 요원들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번 우한 폐렴은 중국의 문제였지만 어떤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맑고 투명한 조치만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며 사회 불안을 줄이고 가짜 뉴스가 설 자리가 없게 만든다는 큰 교훈을 우리에게 남긴 사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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