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에 공장가동 중단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급(수요·공급) 변수에 따른 시장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와 상하이메탈마켓(SMM) 등에 따르면 지난 12~18일 도착 기준 중국 주요 항구의 철광석 수입량은 1261만톤으로 전주보다 157만톤(약 11%) 감소했다.
철광석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롄상품거래소(DCE) 기준 철광석 5월물 가격은 지난 21일 1톤당 670.5위안에 거래됐지만 23일엔 659위안에 거래돼 이틀 만에 1.72% 하락했다.
SMM 측은 "춘절 연휴를 앞두고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철광석 종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철강사가 지난해 수입한 철광석 규모는 10억6900만톤이다. 철광석을 원재료로 한 조강생산량의 경우 중국은 지난해 9억9600만톤으로 글로벌 전체의 54%를 차지해 세계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철광석의 주 생산지는 브라질과 호주다.
변수는 중국 시장의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에 춘절 연휴기간을 이달 30일에서 다음달 2일까지 연장했으며 이 기간 우한과 인근 도시에 위치한 공장의 가동 중단을 요청했다. 국내 철강사 중에서는 포스코가 자동차강판 전문가공센터(POSCO-CWPC) 운영을 중단하는 등 이 지역 일대 굴뚝이 멈춘 상태다.
중국의 수요 감소는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지난해 초에는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사의 광산 댐 붕괴, 최근엔 호주 사이클론 사태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철광석 가격이 올랐고 국내 철강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중국 수요위축에 따른 가격 하락을 호재로 보기엔 단기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이 주요 수출국인데 우한 폐렴 사태가 길어지면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건설 등 경기가 위축될 경우 철강업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은 자동차·선박 등 완제품의 수출을 통해 철강이 간접적으로 수출되는 세계 4위 '간접수출국'이어서 우한 폐렴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단기적으로 철광석 등 가격의 등락폭이 클 수 있지만 유의미할 정도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다음달 2일 이후에도 공장 운영 중단을 이어가거나 가동률이 떨어지는 기업이 나올 수 있어 수요 변화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철광석 선물 거래기간이 연장된 점은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DCE는 이달 23일부터 30일까지 철광석 선물거래를 중단할 계획이었지만 연휴기간이 연장되면서 거래재개 시기도 다음달 3일로 연기됐다.
다른 관계자는 "DCE 철광석 선물거래 가격은 글로벌 전체의 철광석 가격에 영향을 끼친다"며 "투기 세력이 많이 들어가는 시장인 데 당분간 거래가 중단돼 철광석 가격 진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주요 금속가격은 전주대비 약세를 보였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글로벌 금속 수요의 50%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한 폐렴이 금속시장에 미칠 영향은 2003년 사스 사태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금속가격 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낮다"면서도 "다만 이번엔 춘절 연휴가 겹쳐있는 만큼 바이러스 확산 속도와 사망률 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으로 철광석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사진은 포스코 제품창고.<포스코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