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신이 원하는 것 받아낼듯
美·이란 갈등 중국견제 의도도
美·이란 갈등 중국견제 의도도
'이란 파병' 기로에 선 文정부
미군과 이란의 서로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중동에 전운이 짙어지면서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섰다.
일촉즉발의 '중동 전면전' 위기 속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은 파병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앞서갈 필요는 없다"면서도 "호르무즈 파병 문제로 인해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이란의 대응…북한에겐 기회"=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란 사태와 관련해 "(이란의 대응은) 예상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이다. 선전포고에 준하는 전쟁행위"라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에 반하는 여러 시아파 단체들을 직접 운영·지휘하기도 해 제거대상으로 수차례 고민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란에서 그는 정규군의 지도자이자 전설급 야전사령관"이라며 "이란 입장에서는 강력히 대처하지 않으면 이란 체제 자체가 도전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고 짚었다. 지난해 반체제 시위가 일어나는 등 국내 정치가 불안한 상황 때문에 예상보다 강한 반응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 역시 공습을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라며 "미국은 이후 바그다드에 있는 대사관이 공격을 받았는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 대사관 점거사건도 있고 트라우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대응하지 않으면 (국내 정치구도가)어려워지지만 트라우마를 주었던 오랜 적을 공격한다는 입장을 내면 민주·공화당 양당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비록 미국이 중동에서의 패권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당장 이란의 반응이 거센 만큼 강대강 대치를 피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설명이다.박 교수는 이란 사태가 본격화되면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았다. 박 교수는 "미국은 지난 조지 부시 정부에서 중동에서 공격적인 정책을 하면서 북한에게는 유화책을 썼던 적이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박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이란 간에) 전쟁이 시작된다면 우리 군이 호르무즈에 들어가는 것이 참전의 모습이 될 수 있다"며 "이란과의 관계에서 전쟁에 연루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문제인데, 그렇다고 여기서 우리가 파병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가 상위방호조약(SOFA)를 지키지 않아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란 갈등, 중국 견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어…북한에도 악영향"=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외교통일센터장 또한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과 이란이 강대강 대응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신 센터장은 "미국이 강대국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기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희생자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는데, 사망자가 많다고 하면 미국도 직접 이란을 공격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외교적 압박을 먼저 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 센터장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았다. 큰틀에서 감안하면 중국과 북한을 모두 고려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이란이 중국에 원유를 많이 팔고 있고, 이란이 중국이 결재한 원유 대금을 활용해 무기를 사들인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이란과 중국 간 관계가 높아지고 있어 (미국이)이걸 견제하려는 생각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수록)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이게 되면 북한 문제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ICBM등 레드라인은 좀 더 신중하게 설정할 수가 있겠다"고 했다.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이 북한에서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해 핵개발 등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연구가 과감해질 수 있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이다.신 센터장은 호르무즈 해협에 국군을 파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것은 지키면서 움직여야 하지만 앞서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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