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젊어진 원조 돼지갈비 골목, 취향 깐깐 직장인들에 먹혔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정부 골목 활성화 공모사업 선정 후 조명개선·바닥안내표지판·레시피 개발
퇴근시간 넘어가자 가게마다 인파로 가득… 유명 맛집 대기번호만 수십번째
'마포 원조' 유명세에 정비사업 수혜… 고객 지속 늘며 매출 50% 이상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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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젊어진 원조 돼지갈비 골목, 취향 깐깐 직장인들에 먹혔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마포 용강 맛깨비길. 맛깨비길은 지난 2017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야시장 및 골목경제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후 정비사업을 통해 호평을 얻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도 많은 가게들이 방문객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박동욱기자 fufus@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글 싣는 순서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3 서울 마포 맛깨비길



"야, 탄다. 뒤집어라."

불판에 눌어붙을라 사람들이 고기 뒤집기에 여념 없는 이곳은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갈비골목. 디지털타임스가 이곳을 방문한 지난달 25일 금요일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한 주의 피로를 털어내려 돼지갈비를 앞에 둔 채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포구 용강동 갈비골목은 지난 2017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야시장 및 골목경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는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골목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사업이다.

이후 사업 과정을 거쳐 갈비골목은 지난 6월 '맛깨비길'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맛깨비길은 토지 면적만 9210㎡(2786평)에 이르며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전체 점포 수는 203개다. 점포임차상인 240명, 종업원 600명 등 총 640명의 상인이 이 구역의 골목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새 이름을 얻으면서 거리 보수 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사업은 세부적으로 조명 개선, 바닥안내표지판, 기존 시설 보수 및 개선, 포토존, 바닥매입조명 등 시설분야와 공동음식포장재·레시피 개발, 외국어 메뉴판 공동 제작, 홍보 및 광고 등 경영 분야로 구분돼 진행됐다.

◇퇴근 후 맛깨비길로 향하는 인파= 탈바꿈한 맛깨비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소나기까지 내려 코끝이 시린 저녁, 오후 6시가 넘어서자 마포역 방향에서 맛깨비길로 들어가는 발길이 이어졌다. 꽉 차있던 연두색 마을버스는 맛깨비길을 목전에 둔 버스 정류장을 지나면서 한층 가벼워졌다.

가로등 위에 붙어있는 주황색 도깨비 캐릭터와 길에 레이저 그림과 글씨를 쏘는 '로고젝터', 그리고 바닥조명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늦가을을 마저 즐기겠다는 듯 점포들이 문을 열어둬 가게 안에서 새어나온 즐거운 소음이 거리를 메웠다.

맛깨비길엔 돼지갈비, 주물럭 식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영업하고 있다. 그중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매장들도 많았지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다소 허름한 가게들이 더욱 이목을 끌었다. 이들 가게는 문 앞에 붙여둔 'Since 19○○' 표시로 그간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특히 마포 조박집 부근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후 6시 30분경 본관과 별관 사이의 약 7m 폭 거리에는 기다림을 인내하는 20여명의 시민들이 줄지어 있었다. 별관 앞 '만석' 표시가 된 대기 명단에는 47번째 줄까지 이름이 빼곡 적혀있었다. 이 탓에 본관 건너편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가게도 덩달아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용강동상점가상인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돼지열병이 아무리 사람에겐 영향이 없다 해도 심리적 요인으로 전반적인 매출이 주춤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난 가게들은 이 같은 말이 무색하게도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바로 옆 용강동 숯불주꾸미 안에도 드럼통 테이블에 둘러앉아 연탄불에 주꾸미를 굽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입구에는 연탄에 불을 붙이는 데 쓰여 그을린 철제 고추장통들이 쌓여있어 이곳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었다.

맛깨비길의 면적이 워낙 넓어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진 않다. 이 때문에 거리가 붐비지 않은 편이지만 식당 내 테이블은 대부분 자리가 차있었다.

맛깨비길의 마스코트가 그려진 가로등을 따라 10분 정도 더 걸었다. 골목 끄트머리가 보일 때 어디선가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이는 양고기 전문점 램랜드 앞에서 거리의 음악가가 기타줄을 퉁기며 내는 소리였다. 이 가게 사장은 "최근 맛깨비길이 서울 2019 거리공연 사업을 통해 선정되면서 손님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공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1970년대 여의도 노동자들 유입되며 식당 골목 형성= 맛깨비길은 초창기 한국 경제 개발의 역사를 담고 있다. 1970년대 여의도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여의도에서 근무하려는 노동자들이 다수 유입됐다. 하지만 허허벌판 여의도에는 끼니를 챙기기 위한 식당이 변변찮아 노동자들이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 지역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에 식당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엔 두부김치, 꽁치 등 정도의 메뉴를 다루는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자 돼지고기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본격적으로 경제부흥기가 도래하자 소고기를 찾는 수요 역시 크게 늘었다. 가게로 찾아오는 손님들의 입맛에 따라 양념을 달리한 메뉴들이 등장하면서 마포 갈비와 주물럭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날 주물럭 요리의 창시자인 고수웅 마포 원조주물럭 대표(77)를 만날 수 있었다. 주물럭은 쇠고기 등심에 참기름, 소금, 후추, 마늘 등을 양념해 주물럭거린 후 구워먹는 요리다.

고 대표는 "10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 8개를 놓고 누님과 함께 가게를 운영했다"면서 "손님들의 추천으로 바가지에 고기를 담아 소금을 주물러 구워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1980년대엔 주물럭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오죽했으면 MBC 9시 뉴스에서 20분가량 주물럭에 대해 방송한 적도 있었다"며 "그때 단골이 돼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주물럭을 맛보러 우리 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재훈 용강동상점가상인회 회장은 "터줏대감 식당들뿐만 아니라 맛깨비길을 선보인 후 전체적으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꾸준히 증가 추세"라며 "이전에 비해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는 가게도 있다"고 전했다.

주현지기자 j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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