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AI(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AI 기술개발 촉진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효율적인 법 체계 정비와 AI 윤리 규범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AI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전략연구실장은 AI 시대에 걸맞는 법·제도와 윤리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AI는 경제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AI 기술 오남용에 따른 사생활 침해,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 역기능과 부작용이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AI 시대 법·제도 및 윤리 규범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I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AI 혁신을 지원하는 새로운 법·제도 구축과 함께 AI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을 균형있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AI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법 체계로 연성법 형태의 입법이나 윤리 규범 차원의 제재가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가령, 자율주행차량의 사고 발생 시 자율주행 법적 허용 범위와 배상책임, 보험법 등 기존 법 제도 측면에서 접근하기 어려워 이에 걸맞는 특수한 법 체계가 필요하다. AI 분야 역시 저작권법상 'AI 창작물'의 권리 인정 여부, 개인정보보호법상 'AI 스피커'의 개인정보 침해, AI 윤리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윤리 규범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김 실장은 "AI 기술개발 촉진, 전문인력 양성, 생태계 기반 조성을 위한 'AI 특별법' 제정과 향후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며 "AI 산업 활성화 저해 요인 제거와 관련 법·제도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AI 기술개발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그는 이어 "AI 기술이 설계에서 실제 서비스 이용에 이르는 단계별로 안전하고 신뢰 가능한 'AI 윤리'를 정립하고, 우리의 기술 수준과 사회적 여건 등을 국제기구 윤리 규범에 반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윤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연구소장은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 강화방안'에 관한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과 생태계 분야에서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며 "우리나라가 보유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역량과 통신, 네트워크, 반도체 등 ICT 역량을 AI와 융합해 차별화된 AI 혁신전략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관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소장은 특히 "포스트 딥러닝 분야의 연구를 통한 AI 핵심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진단한 뒤 "데이터와 컴퓨팅에 의존하는 규모 측면의 AI 기술 경쟁에서 앞으로는 통합된 지능, 의미있는 소통, 자가인식 학습 등 세 가지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윤리와 법을 조화롭게 설계해 이를 기반으로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AI 산업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29일 이윤근 ETRI 인공지능연구소장이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AI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