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닷새간 2.3兆 국채선물 팔아치워…"채권시장 회복 장담 못해"
보유채권 규모 큰 대형증권사 리스크전략 재설계 수순 돌입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국고채 금리 급등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채권 발행물량이 넘쳐나는 한국 채권시장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본 외국인들이 지난 주에만 국채선물시장에서 2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면서 국채값 하락을 주도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이날 각각 1.500%, 1.733%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에만 각각 23.9%, 26.2% 올랐다.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8월19일(3년물 1.093%), 16일(10년물 1.172%)과 비교하면 각각 37.2%, 47.8% 오른 셈이다.
최근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한국채 10년물은 태국 10년물 국채금리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태국의 기준금리는 1.5%로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1.50%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기준금리가 1.25%까지 낮아진 한국물은 10년물이 1.73%까지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 채권시장 조정이 펀더멘털 이슈보다는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량 매도와 12월부터 있을 안심전환대출용 MBS 발행 등 수급적인 우려가 한국 채권시장을 약세로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21~25일) 5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3년 국채 선물을 총 2조316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1조6617억원 규모의 10년 국채 선물도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채권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연말까지 상승 반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3주 연속 급등하며 10년물의 경우 50bp가 넘게 오른 만큼 높아진 투자 리스크를 고려한 보수적 대응이 바람직하다"며 "올해 국고채 잔여한도 축소 시사에도 12월 이후 안심전환대출관련 MBS 발행이나 내년도 대규모 국채 발행부담이 여전히 크고 외국인의 국채선물 추가 매도 압력도 높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선물매도 진정과 12월 안심전환대출용 채권발행이 확인되면 소폭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외국인의 현물 채권 매수는 꾸준한 상황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현물 채권은 매수하고 있는데, 강한 선물매도 이후 선물매수로 시장을 급반전 시킨 사례가 과거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정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오히려 현 수준의 금리는 매수로 접근하기에 충분한 금리레벨"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 2012년 이후 테이퍼탠트럼과 금리인상기를 빼고 살펴보면 평균적인 기준금리 대비 국고 10년물 간 간격은 42bp(1bp=0.01%p)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2020년 1분기 금리인하까지 현실화할 경우 30bp 이상의 자본차익이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투자심리 위축과 채권시장 조정으로 채권값이 떨어지자 보험사 등 장기물 운용에 집중하는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반면 금리 하락기에 공격적 베팅을 해온 대형증권사들의 긴장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유채권 평가액이 떨어지면 그만큼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보유채권의 편입비중을 늘려왔던 만큼 각 채권운용본부는 전략 다시 짜는 등 일사분란 리스크관리 들어가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보유채권 규모가 크지만 대부분 환매조건부채권(RP)포지션이 많고, RP에 담은 채권들이 주로 2년 이내 단기채라 대량 손실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지난 2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혜택을 충분히 봤고 보유채권을 헷지하기 위해 국채선물 매도나 채권대차매도를 한 부분에서 이익이 나 채권평가손과 상쇄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